#. 올 6월 법원 경매에서 낙찰된 세종시 나성동의 한 1층 상가(전용 81㎡)는 네 차례 유찰된 후 다섯 번째 만에 낙찰됐다. 정부세종2청사와 붙어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이 없어 최초 감정가(18억1100만원)의 40%인 7억2599만원에 겨우 새 주인을 찾았다. 올 들어서 세종시 경매에서 감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된 사례는 16건이다. 전체 낙찰 건수의 절반이 넘는다.
세종시 상가 시장에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는 반값에 낙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경매가 진행될 예정인 상가 가운데서도 유찰횟수가 1건을 넘어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세종시에서 가장 핫하다는 나성동 인근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전히 1층 곳곳에 '임대문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세종시에서 상가 경매 물건이 여전히 쏟아지는 이유는 공실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올해 2분기 전국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지역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 이하 또는 2층 이하) 공실률은 10.9%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 또는 3층 이상) 공실률도 20.1%를 기록, 울산(2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법원 경매 관계자는 "경매 물건이 지속적으로 쏟아지는 것 자체가 세종시 상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은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애초에 분양가가 높았던 점도 경매가 늘어난 원인이다. 예를 들어 전용 81㎡ 1층 상가를 12억원에 분양받아 연 4%의 투자 수익을 내려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83만원 가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심지에 있는 상가도 이정도 수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종시 A 중개 관계자는 "나성동 중심지 일부 상가는 경우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등 연 수익률이 4% 혹은 그 이상 되는 곳들이 있지만 통상 2~3%대 수익률인 곳이 대부분"이라고 짚었다.
처음 몇 년은 공짜로 점포를 주는 '렌트프리' 조건을 내건 건물도 있다. 예를 들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0만원인 한 상가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4년 계약을 맺은 곳인데 절반인 2년은 렌트프리 조건으로 계약이 맺어졌다. 상가가 활성화되지 못하다 보니 임대료도 부진하다. 올 2분기 기준 세종시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작년 말을 100으로 놓았을 때 0.16% 내린 99.84다. 세종시 C공인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엔 보증금 5000만원에 400만원 수준이면 수익률이 높아보이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며 "임대기한 절반을 무료로 주면 실제 임대료는 200만원 수준인데, 여전히 세종 내 이런 상가들이 있다. 임대료도 낮은 곳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상가가 부족한 세종시 대신 주말만 되면 인근에 있는 대전 등 대도시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가장 많을 시간인 주말 오후 1~2시에도 세종시는 고요하다. 잘 되는 곳만 장사가 되는 탓에 상점들이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고, 들어왔던 가게들도 떨어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는 세종시의 상가 부진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 D공인 중개 관계자는 "세종시는 사람은 없는데 상가는 넘치는 상황"이라며 "상가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려면 1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장기적으로 세종시 상가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상가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한 중개 업소 관계자는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지나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에 있는 상가를 보러 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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