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6)과 김세영(28·사진)은 6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CC(파71)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부 3라운드에서 사흘 합계 7언더파 206타를 기록해 공동 10위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15언더파를 친 단독 선두 넬리 코르다(미국)와는 8타 차이다. 금메달 획득을 위해선 ‘기적’을 바라야 하는 처지다.
12언더파로 2위인 아디티 아쇼크(인도)와도 5타 차여서 현실적으로 공동 3위 그룹(10언더파)을 따돌리고 동메달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공동 3위 그룹엔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 해나 그린(호주) 등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해 동메달도 장담할 수 없다.
김효주(26)는 5언더파 공동 18위,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박인비(33)는 3언더파 공동 25위에서 최종라운드를 맞이한다. 박인비는 경기를 마친 뒤 “오늘 샷이 정말 좋아 버디 기회도 많았는데 그린 플레이가 끔찍했다”며 “코스에 다시 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렇게 사흘 연속 퍼트가 안 되는 건 실력이라고 봐야 한다”며 “나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고 진이 빠지는 하루였다”고 자책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한국 선수들이 아니다. 2위, 공동 3위 그룹과는 아직 해볼 만하다. 최종라운드가 열리는 7일에는 태풍 예보가 있어 궂은 날씨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진영은 “상위권 선수들이 날씨에 영향을 받고, 그럴 때 우리가 실수 없이 하면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며 “모든 변수는 날씨가 안 좋을 때 나오기 마련”이라고 했다. 김효주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경험 많은 선수들이 유리하다”며 “우리 선수들이 내일 노련하게 경기하면서 점점 좋은 플레이를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라운드에서 빨간 바지를 입고 역전승을 자주 연출해 ‘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불리는 김세영도 의지를 불태웠다. 메달 획득을 위해선 그의 마법 같은 플레이가 다시 한 번 필요하다. 김세영은 “유니폼은 박세리 감독님이 전날 정해주신다”며 “우리 유니폼에 빨간 바지가 있기는 한데 한번 말씀드려봐야겠다”고 했다.
태풍 예보로 최종라운드 경기는 시간을 앞당겨 오전 6시30분부터 8시23분까지 1번과 10번홀로 나눠 시작할 계획이다. 악천후 탓에 경기를 끝내지 못하면 일기예보에 따라 8일까지 대회를 연장하거나 4라운드를 취소하고 3라운드까지 결과로 순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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