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북사업 100억원 지원?…통일부 "美와 남북 독자 협력 논의"

입력 2021-08-06 16:23   수정 2021-08-06 16:31

통일부가 지난 6월 폐지된 한·미 워킹그룹을 대신해 열린 한·미 국장급 협의에서 “남북이 독자적으로 협력할 과제들에 대해서도 점검했다”고 밝혔다. 대북 정책 공조를 위해 통일부와 미국 국무부 간의 별도 협의체 구성 가능성도 열어뒀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국장급 협의에 대해 “한·미는 인도적 협력을 포함한 남북 관계 진전 및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할 과제 뿐 아니라 남북한 양자 간 협력에 대해서도 미국과 협의했다는 설명이다.

차 부대변인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구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이인영 장관이 “잠정 보류됐던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승인을 오늘부터 재개할 생각”이라고 밝힌 직후 10개월 만에 2건의 민간 대북 인도주의 물품의 반출을 승인했다. 대북 물자 반출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통일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며 10개월 간 중단됐다.

현재 통일부는 국내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 협력 사업에 약 1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협력기금으로 대북 인도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단체 20여곳을 지원한다는 구상으로 관련 부처 간 협의에서 지원 방침이 결정되면 이르면 다음주 열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지원 계획이 의결될 전망이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남북 간 인도주의적 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별개로 꾸준하게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국내 민간단체들의 인도협력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는 이번에 개최된 한·미 국장급 협의가 지난 워킹그룹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차 부대변인은 “(국장급 협의는) 종료된 한·미 워킹그룹과는 다른 차원의 협의”라며 “통일부는 이번 협의를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발전을 촉진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임했다”고 밝혔다. 2018년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은 미·북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별도의 협의 채널이 필요하다는 한국 측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협의체였지만 미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의 남북 경협 추진 사업에 대한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확인할 때 지나체기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6월 한·미 워킹그룹을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하는 등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통일부가 워킹그룹을 사실상 대체하는 한·미 국장급 협의에 대해 “다른 차원”이라고 강조한데도 이같은 북한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처음 열린 이 협의에 한국 측에서는 임갑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청와대·통일부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부대표를 단장으로 백악관·재무부·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국 국무부는 국장급 협의 사실을 공개하며 “한반도의 현 상황과 인도적 협력 전망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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