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으로 상승세가 꺾인 듯 보였던 인도 증시가 다시 살아나면서 국내 인도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중국 시장이 당국의 규제로 리스크가 커지자 신흥시장에선 인도, 베트남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엑소더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지난 3~4월 하루 40만 명씩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나왔다가 최근 4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센섹스지수도 지난 4월 바닥을 찍고 빠르게 반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인도 주식형 펀드 24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8.15%로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3.95%를 훌쩍 웃돌고 있다. 올해 해외 펀드 중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14%)도 앞질렀다. 최근 한 달 수익률도 인도 주식형 펀드는 7.28%에 달해 국가별 펀드 중 가장 높았다.
수익률 상위 펀드의 성과는 더 압도적이다.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 ‘삼성인도중소형FOCUS(UH)’ ‘삼성클래식인도중소형FOCUS연금(UH)’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0%에 달한다. 1년 누적 성과로 보면 90% 안팎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 829개 중 ‘삼성베트남’ 펀드에 이어 ‘삼성인도중소형FOCUS’와 ‘삼성클래식인도중소형FOCUS연금’ 수익률이 가장 좋다.
인도 증시는 최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4월 말 47,705선까지 떨어졌던 센섹스지수는 이달 54,000선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올랐다. 최근 석 달 동안 11%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대, 미국 S&P500지수는 4%대 상승에 그쳤다.
인도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차이나리스크’ 부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동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최근 대형 기술주와 사교육 업체 등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면서 신흥국 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인도, 베트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주식시장 열기가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어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주요국 중 가장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의 성장률 추정치를 9.5%로 제시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도의 백신 접종률은 27% 수준이지만 미접종자의 62%가 이미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과의 경제 접점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주식형 펀드가 지수나 ETF 대비 수익률이 좋은 이유는 인도 시장에서 업종별·규모별 차별화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MSCI 인도지수를 보면 올해 섹터별 수익률이 가장 좋은 업종은 소재로 47%에 달한다. 이어 부동산 40%, 산업재 27%, 정보기술(IT) 20%, 재량소비재 10% 순으로 높은 반면 유틸리티(1%), 에너지(4%), 필수소비재(7%), 미디어(7%), 금융(9%)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인도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위주의 펀드가 좋은 성과를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도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주엔 금융주가 대거 포진해 있는 반면 중소형주에는 IT, 플랫폼, 바이오 등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이 몰려 있다.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삼성인도중소형FOCUS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피라말엔터프라이즈, 디팍나이트라이트, 래디코카이탄, 바자즈전자 등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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