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이 외연 확장보다는 기존 지지층 표심을 얻는 데 집중하면서 경선이 진영 내 선명성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 여당 주자들은 ‘적통 논란’에 불을 붙인 데 이어 강성 지지층이 민감해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까지 끌어들였다. 야권 주자들은 연일 보수색 짙은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내면서 ‘우클릭’하고 있다.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중도 표심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이 전 대표의 총리 시절 ‘무능론’을 제기하면서 친문 진영을 향해 암묵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총리책임론을 통해 부동산 정책 실패의 화살이 문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 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동병상련이다. 자주 연락한다”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이낙연 캠프에서 조 전 장관을 공격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이 지사의 친분설을 제기하며 반격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 패배 후 민주당 지도부가 ‘혁신’을 외치면서 중도층 확장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대선 주자들은 친문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만 공들이는 모습이다. 한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인사는 “경선이 2강 구도로 가다 보니 지지 당원 확보에만 혈안이 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야권 후보들도 우클릭 행보로 지지층 확보에 뛰어든 건 마찬가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연일 보수색 짙은 메시지를 내는 도중 설화에까지 휩싸였다. ‘부정식품’ ‘건강한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 등의 발언으로 ‘1일 1망언’이라는 여권의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애국가 완창 논란을 일으킨 가족 모임 사진을 공개하는 등 ‘뼛속까지 보수’의 면모를 드러냈다. 지역 행보 역시 영남지역을 가장 먼저 찾으면서 보수층 공략에 방점을 찍었다. 최 전 원장은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오늘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두 후보 모두 정치신인으로서 중도외연 확장에 대한 기대가 집중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보수층 다지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다른 야권 후보들도 연일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보수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는 게 중도층 유권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한 탓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조사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23%에서 16%로 7%포인트 하락했다. 이 전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은 5%에서 11%로 6%포인트 올랐다. 민주당 관계자는 “뚜렷하게 갈 곳을 찾지 못한 중도층 표심이 윤 전 총장을 향했다가 연이은 설화에 실망해 떠돌다가 이 전 대표에게로 온 것 아니겠느냐”며 “이 표심은 확실한 지지층이 아닌 만큼 이 전 대표가 실수하면 바로 또 빠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중도 표심이 정부 지지율이 올라가면 이 전 대표 지지 쪽으로 갔다가 아닐 경우 이 지사, 윤 전 총장 양쪽으로 흩어지는 복합적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권자 10명 중 3명은 차기 지도자에 대한 뚜렷한 선호 없이 선택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의견을 유보한 비율이 29%로, 1위 주자인 이 지사 지지율(25%)보다 더 높았다. 20대(18~29세)의 경우 유보율이 51%에 달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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