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라리 해외 이전했으면…" 주주들이 뿔난 이유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입력 2021-08-06 23:37   수정 2021-08-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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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역사에서 오너와 소액 주주가 애착관계를 형성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악덕 기업주가 아니라면 투자자들이 큰 관심이 없었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와 장기적으로 함께하는 주주들도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희귀 사례로 거론된 것은 셀트리온입니다. 초장기 투자자가 많은 셀트리온은 소액 주주들이 서정진 명예회장의 든든한 지지세력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습니다. 1등 국민주 삼성전자 주주입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말 기준 소액주주수가 386만7960명인 대표 국민주입니다. 소액 주주 비율은 64.59%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가 급증하면서 작년 1분기 136만4972명이었던 소액주주가 250만명 이상 급증했습니다.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주주들도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11일 장중 9만6800원을 찍고 8만1500원(6일 종가)까지 밀렸습니다. 내년에도 호실적에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386만 주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최근 네이버 주주게시판과 기사 댓글을 보면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주주들은 실적이 늘어나는데도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555명으로부터 ‘좋아요’를 받은 주주는 “삼성이 망하길 바라는 정치세력과, 이에 따른 이 부회장의 감금이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 손발을 다 묶어놓고 경영을 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불만은 정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기업가로서 최선을 다하며 국가에 기여했지만 정치보복으로 되갚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 소액 주주는 “나였으면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고 했을 것이다. 차라리 삼성전자가 해외로 이전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휴대폰 판매량이 샤오미에 추월당했다는 뉴스도 주주들을 화나게 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6월 샤오미 스마트폰 점유율은 17.1%로 삼성전자(15.7%)와 애플(14.3%)를 제쳤습니다. 한 주주는 “기업 죽이기의 결과”라고 분노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창사 50년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래 핵심 산업 분야로 반도체를 선정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개도국에 내줬던 반도체를 직접 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선두에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바이든의 행보는 한국과 대만에 내어줬던 반도체까지 미국이 침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밑에서는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샌드위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과 관계가 악화된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2분기 순이익이 6억878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98.5% 급증했습니다.

주주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으며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습니다. 일부 주주들은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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