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주일간 수도권의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900명대 초반으로, 4단계 기준(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을 밑돌고 있다. 방역당국이 스스로 내놓은 기준과는 관계없이 고강도 조치를 한 달 넘게 유지하면서 방역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수도권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911명이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처음 시행한 주인 7월 10~16일(990명)에 비해 79명 줄었다. 수도권 내에서만 1000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던 4차 대유행 초기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확연히 꺾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거리두기 4단계 연장이 방역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대본이 지난달 초부터 적용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에 따르면 4단계는 수도권의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3일 연속 1000명 이상이거나 전국 확진자가 2000명 이상일 때 적용된다. 하지만 중대본이 수도권 4단계를 시행한 지난달 12일 이후 수도권 또는 전국 확진자가 이 기준을 충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방역당국은 이날 거리두기 체계와는 다른 내부 기준까지 내놨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수도권 확진자 수가 900명 밑으로 떨어지면 단계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900명이라는 절대적 숫자가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의료체계 역량, 치명률 등 다른 점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방역당국이 스스로 거리두기 단계 기준을 저버리면서 ‘방역 신뢰’를 등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도 현행 거리두기 연장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지금처럼 개인 간 사적 모임까지 규제하는 ‘초헌법적’ 거리두기 단계는 방역 위반 사례만 늘릴 뿐”이라며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시설을 중심으로 집합금지를 하는 ‘핀셋방역’이 확진자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자체가 애초에 잘못 짜여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행 조치는 구멍이 너무 많다”며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하면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정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호프집은 직장인이 주로 2차로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고 난 뒤로는 매출이 최대 8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며 “작년 7월 매출이 1억원 수준이었는데 올 6월은 4800만원, 4단계가 적용된 7월은 29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41)도 “한때 아르바이트생을 12명까지 고용했지만 지금은 4명으로 줄였다”며 “자영업에만 확진자가 나오는 게 아닌데 왜 자꾸 우리만 더 조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 사정이 어려워진 현실은 통계로도 잘 나타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숫자다.
특히 간이주점, 호프집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가게 숫자도 대폭 감소했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월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간이주점 숫자는 1만1612개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호프집도 2만7840개로, 11.5% 줄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거리두기 연장 조치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소상공인, 택시 운전기사 등의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언제까지 국민이 확진자 수 모델을 기반으로 한 통제식 방역 속에 살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이달 중순 열릴 여·야·정 협의체의 의제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선아/양길성/장강호/성상훈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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