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은 이 같은 ‘악순환’을 끊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기초 종목으로 불리는 육상, 대중에겐 생소한 근대5종에서 한국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면서다.
전웅태(26)는 7일 일본 도쿄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5개 종목 합계 1470점을 얻어 조지프 충(영국·1482점), 아메드 엘겐디(이집트·1477점)에 이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획득했다.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을 한 명의 선수가 모두 치르는 종목인 근대5종에서 한국이 따낸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 근대5종은 1964년 도쿄올림픽부터 출전을 시작했다. 57년 만인 이번 대회에서 첫 메달을 수확했다. 아시아 선수의 메달 획득도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차오중룽(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함께 출전한 정진화도 4위(1466점)에 올라 한국 근대5종은 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전웅태는 승마를 마칠 때까지 중간합계 831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인 육상과 사격을 결합한 레이저 런에서 3위를 차지했고, 종합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려 시상대에 섰다. 대회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근대5종이 대중에게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고 고민한 그는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울컥했다”며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라고 했다.
수영 다이빙에선 우하람(23)이 의미 있는 4위를 거뒀다. 그는 이번 대회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를 차지해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를 갈아치웠다. 2024 파리올림픽 출전 의지를 다진 그는 “이번에는 4위를 했으니 다음번에는 한 단계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불모지로 여겨졌던 육상에서도 우상혁(25)이 금메달 같은 4위를 기록했다. 그는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4위를 차지했다. 우상혁은 “(메달의 아쉬움을) 쿨 하게 떨쳐버리고 다시 도전하면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라며 웃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