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로를 향한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지사의 성남FC 뇌물 의혹을 정조준했고, 이 지사 측은 윤 전 총장 부인인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후원금 논란으로 맞받았다. 야권에 칼을 겨눈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주자들을 향해선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로를 향한 날 선 공격으로 ‘제 살 깎아 먹기’ 논란에 휘말렸던 여당 경선이 원팀 경쟁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이 지사는 “성남FC의 수입은 개인 이재명이 아니라 성남시의 이익”이라며 “국정에 대한 몰이해와 준비 부족, 중구난방을 보면서도 검사로서의 실력은 믿었는데, 지금 보니 실력조차 형편없을 뿐 아니라 권력을 쥐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됐다. 악성 특수부 검사”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지사는 8일에도 “윤 전 총장이 일본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분들을 선생님으로 두거나 퇴행적인 구태 정치인을 교사로 둔 것 아닌가 싶다”고 맹공했다.
이 지사의 수행실장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문제가 되고 냄새가 풀풀 나는 것은 (윤 전 총장 부인이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금”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임명을 앞두고 잠재적인 수사 대상 기업들로부터 보험성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당시 전시회 협찬 계약과 금액이 큰 폭으로 급증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순회 중에 ‘민주당이 집안싸움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 간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캠프 간 소통채널에서 먼저 확인과정을 거쳐 불필요한 의혹 제기와 공방이 발생하지 않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은 최근 이낙연 캠프와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자신의 지사직 사퇴 논란으로까지 이어지자 이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무언의 비판 차원에서 선언이 이뤄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호응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이미 지난 7월 네거티브 자제를 포함한 경선 원칙을 제안드렸고 이 후보가 저의 제안에 응답한 것”이라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 캠프는 “말만 앞세우지 않으려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벌어진) 조폭 논란 관련 책임자들을 문책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역시 최근 당 행사에 연달아 불참한 뒤 내부에서 이른바 ‘돌고래 논란’이 불거지자 공격 대상을 외부에 돌리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김 대변인은 “옵티머스 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이 전 대표의 측근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지만, 이 전 대표는 서면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채 정치적 면죄부를 줬다”며 이 전 대표도 겨냥했다.
이날도 이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 직전까지 캠프 사이에선 날 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낙연 캠프 경선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이 당내 네거티브 논란에 대해 “지난 대선 땐 더 심했고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랬지만 결국은 원팀이 됐다. 그런데 이번엔 경우가 조금 다를 순 있다”며 “만일 이 지사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이) 장담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이재명 캠프의 현근택 대변인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공공연하게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경선에 불복하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 아니냐”는 반응을 냈다가 네거티브 중단 방침을 의식한 듯 10분 만에 삭제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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