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인앱(in-app)결제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기자단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 방통위는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전반을 우리가 규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방통위의 규제 권한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 공정위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구글 갑질 방지법안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막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구글플레이, 애플스토어에 입점한 앱이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판매할 때 구글·애플의 결제 시스템만 쓰도록 하고, 결제 때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는 정책이다. 애플은 이런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현재 게임 앱만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구글은 내년초 전체 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이라고 비판해왔다.
법안은 ‘앱 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앱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이에 대한 조사·처분 권한은 방통위가 갖는다. 이 조항엔 방통위와 공정위 간 이견이 없다.
갈등의 불씨가 된 건 ‘다른 앱마켓 등록 제한’ ‘그 밖의 부당한 차별 행위’ 조항이다. 공정위는 이들 2개 행위는 방통위의 규제 권한 밖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전문 영역인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것이다. 이들 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을 방통위가 가져가면 공정위·방통위 간 중복 규제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방통위는 “앱 마켓처럼 특수한 시장은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이 있는 우리가 규율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공정위가 불공정경쟁 전담 부처이긴 하나 특수성이 있는 분야는 전문 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는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는 사례도 들었다.
중복규제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했다. 방통위는 "앱 마켓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일부는 방통위, 일부는 공정위가 담당하면 법 집행의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한 회사가 인앱결제 강제와 다른 앱마켓 등록 제한 행위 등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한 기관에서 일괄 조사하는 게 외려 중복규제를 피하는 길이라는 얘기다.
공정위는 방통위의 설명회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이 있으면 잘 협의해서 풀 일이지, 대외적으로 자기 주장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지난달 20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문턱을 넘었고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국회 본회의 절차가 남아있다. 하지만 법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회 통과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시키는 게 핵심인데 엉뚱한 걸로 싸우고 있다"며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입법이 늦어지면 국내 기업 피해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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