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왔을 때 영어와 미국 문화를 배우게 된 곳이 동네 도서관이었습니다. 서울의 도서관도 동네의 중심 커뮤니티 공간이 됐으면 했습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 오른쪽)은 지난 6일 서울시에 300억원을 기부했다. 전액 김 회장의 사비다. 이 돈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도서관(지하 1층~지상 4층)을 짓는 데 쓰인다. 시립도서관이 개인 기부금만으로 건립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도 이에 따라 도서관 이름을 ‘서울시립 김병주 도서관’으로 짓기로 했다.
김 회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 뉴저지로 건너갔다. 인터넷도 없을 당시엔 영어와 미국 문화를 배울 길이 없어 학교가 파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혼자 동네 도서관을 찾아 미국 소설책을 읽었다. 서대문구에 도서관을 짓기로 한 건 김 회장이 미국으로 가기 전 신촌에서 살았고, 부인의 고향도 북아현동인 것이 인연이 됐다.
김 회장은 “도서관 건립 기획 단계부터 서울시와 함께했는데, 원래 이름을 ‘독서관’으로 짓고 싶었다”며 “주민들이 시설을 중심으로 쉽게 드나들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도서관에서의 독서 경험을 통해 지금의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발돋움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지난해 자전적 소설인 ‘오퍼링즈(Offerings)’를 영어로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에서 부모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간 청년이 투자은행가(IB뱅커)가 돼 한국의 외환위기 때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현 IB뱅커 외에 다른 원하는 직함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라이터(writer·작가)”라고 답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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