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역 택시승강장. 34도까지 치솟은 무더위에도 상당수 택시가 에어컨을 끈 채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기사는 “LPG(액화석유가스) 가격이 너무 올라 대기할 때는 되도록 에어컨을 꺼놓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소규모 식당이 밀집한 서울 영등포역 일대. 액화천연가스(LNG) 배관이 설치되지 않아 LPG 프로판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식당이 적지 않았다. 한 식당 주인은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LPG 가격까지 올라 이달 가스요금 고지서를 보기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LPG가 서민 연료로 불리는 이유는 휘발유, 경유 및 LNG 등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LPG는 프로판과 부탄으로 나뉜다. 프로판은 부탄에 비해 휘발성이 강하고, 연소 시 더 잘 탄다. LNG 배관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가정·상업용 및 산업용 연료로 활용된다. 부탄은 택시 및 1t 트럭 등 수송용 연료로 쓰인다. 지난 5일 기준 부탄 가격이 L당 868.38원인 데 비해 보통휘발유 1646.09원, 경유는 1441.30원에 달한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LPG를 사용하는 가구는 427만 가구로, 전체 가구(2148만 가구)의 20%에 이른다. 인구가 많은 서울의 경우 13만9000가구로 비교적 적지만 경북(46만9000가구) 전남(44만1000가구) 경남(40만4000가구) 강원(37만8000가구) 등은 가구 대비 LPG 사용 비중이 높다. 지방일수록 LNG 배관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LPG 소비량은 1033만4000t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조원가량이다. 석유화학용이 47.2%로 가장 많았다. 석유화학 회사들은 나프타와 함께 LPG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소재를 제조한다. 이어 △수송용(25.9%) △가정·상업용(15.9%) △산업용(11.0%) 순이었다.
아람코는 지난해 8월 각각 t당 365달러와 345달러였던 프로판과 부탄 CP를 이달 기준 660달러와 655달러로 올렸다. 각각 80.8%와 89.9% 인상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과 LPG를 들여오는 해상운임 등을 반영해 국내 LPG 공급가격이 산정된다. 같은 기간 국내 프로판 가격은 ㎏당 766원에서 1096원, 부탄은 1158원에서 1488원으로 각각 43.1%, 28.5% 올랐다. 국제 LPG 가격 상승폭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LPG 공급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경우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데다 서민경제에 미칠 부담을 우려해 양대 수입사가 상승폭을 조절한 것이다.
아람코는 이달 프로판과 부탄 가격을 전월 대비 t당 40달러, 35달러씩 올렸다. 다음달 이만큼의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지난 5월 말 달러당 1108원50전이던 환율은 이달 6일 기준 1142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오를수록(원화가치 하락) LPG 등 원자재 수입 부담이 커진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선복 부족으로 해상운임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도 LPG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다.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6일 4225.86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LPG 이동 노선인 중동 두바이 노선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584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사들이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국제 가격과 함께 환율과 해상운임 상승세가 이어지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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