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의 원천인 기업에 대해 대선주자들이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하고, 외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기업 일선에선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초(秒) 단위 경쟁을 해야 하는 경영자들이 자칫 후보들의 방문 일정에 시간을 못 낼 사정이 생기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응대와 의전 과정에서 혹여 실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 후보가 시장경제에 반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상생(相生)을 명분 삼아 대기업에 더 큰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이 지사는 남품업체·가맹점·대리점 등이 대기업 본사에 대항할 수 있는 단체를 결성하고 협상할 권리를 부여하는 공정성장 공약을 내놨다. 개인 사업자에게 사실상 노조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기업 입법을 진두지휘한 데 대한 반성 없이 그저 기업 활동 지원만 강조한다. 정 전 총리는 한술 더 떠 대기업 배당과 임직원 급여를 3년간 동결하고, 이를 재원으로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 인상 등에 활용하자는 공약을 내놨다. 토지보유세를 비롯한 토지공개념 공약과 탄소세 도입 주장도 기업 경영에 직접적 애로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후보들이 산업현장을 찾아선 얼굴을 싹 바꿔 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니 그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것이다. 지금 기업은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거세지는 탄소 규제, 중국 기업의 추격,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온갖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쟁국들이 자국 기업에 파격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반면, 국내 정치인들은 또 어떤 경악할 규제 공약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정녕 친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 사진 찍기용 행사에 기업을 동원하지 말고 반시장 공약부터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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