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장은 또 사후적 제재보다 사전적 감독을 강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윤 전 원장이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미리 막지 못했으며 사후에 이에 대한 책임도 해당 금융사 및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물어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뒤 오히려 행정소송까지 당한 뼈아픈 수모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 취임사의 백미는 바로 공자를 인용한 구절이었다. 윤 전 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는 문구를 인용한 바 있다. 화이부동이란 뜻을 함께하지 않더라도 화목할 수 있는 군자의 덕목을, 동이불화는 마치 뜻을 함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목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물론 윤 전 원장 스스로도 소통과 화합에 실패한 탓에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제시한 키워드였지만 정 원장은 이를 ‘군자불기(君子不器)’로 맞받았다.
군자불기는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크기가 한정돼 일정한 양밖에 담을 수 없는 그릇과 달리 군자는 쓰임새와 크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다. 정 원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분야의 일을 유연하게 처리하고 적응할 수 있음을 일컫는 말”이라며 “법과 원칙을 따르되 시장과 호흡하며 경직되지 않게 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금융계는 정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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