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꾸벅 졸다가 건강 이상 호소…재판 25분 만에 퇴정 [종합]

입력 2021-08-09 16:01   수정 2021-08-09 16:02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목격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 출석했으나 건강 이상을 호소, 재판이 25분만에 종료됐다.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 김재근)는 9일 오후 2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부인 이순자 씨도 함께 했다.

이날 전씨는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이후 이씨의 도움을 받아 재판부의 신원 확인 절차에 대답했다. 자신의 이름을 "전두환"이라고 밝혔으나 출생연도만 스스로 답변하고 생년월일과 주소, 본적의 세부 내용은 이씨의 도움을 받아 답했다.

재판 진행 중에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등 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전 재판에서도 꾸벅꾸벅 졸았던 바 있다.

그러다 재판이 시작된 지 20분쯤 지났을 무렵 전씨 측은 휴정을 요구했다. 이씨는 "식사를 못하고 가슴이 답답하신 것 같다"며 전씨의 상태를 대신 전했다. 이에 재판부는 "잠시 피고인이 퇴정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피고인은 퇴정해 대기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재판부는 전씨를 다시 부른 뒤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곧바로 종료를 선언했다. 재판부는 전씨의 변호인이 신청한 현장검증 조사는 하지 않고 증인만 일부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광주로 출동했던 506항공대 조종사 중 1심에서 불출석한 증인 4명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하기로 했다. 회고록 편집·출판에 관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증인 신청도 받아들였다.

반면 정웅 당시 31사단장에 대한 증인 신청은 기각했다. 당시 지휘관 지위였으므로 명령권자를 규명하기 위해 건강 상태가 양호하면 신문을 할 수 있겠지만 99세의 고령에 현재 건강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또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등에 대한 증인 신청도 최고 명령권자가 아니고 기존 증인들과 큰 차별성이 없어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택된 증인들이 출석하는 대로 다음 기일부터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500MD·UH-1H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전 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 씨의 광주행은 이날이 4번째다. 전 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선고기일 등 참석을 위해 총 3차례 광주를 방문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에는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는 있으나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이날 재판에 참석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자택을 나서며 손을 한 번 흔들고는 차량에 탑승했다. 하지만 오후 12시 43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전씨는 몸이 다소 불편한 듯 경호 인력의 부축을 받았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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