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애플리케이션(운영프로그램)을 통해 지난달 쓴 유류비를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출퇴근만 했는데도 통상 35만원 정도던 월 유류비가 60만원에 달할 정도로 크게 늘어난 탓이다. 기름값도 오른데다 에어컨을 과도하게 튼 게 원인으로 생각됐다. A씨는 늘어난 유류비가 부담스럽지만, 대중교통을 타자니 급속도로 전파 중인 코로나19가 걱정이다.
기름값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유류비에 부담을 느끼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각종 민간요법까지 등장할 정도로 기름값 아끼기에 애를 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A씨의 추측처럼 에어컨 사용이 유류비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맞다'다. 특히 올해처럼 폭염이 지속되면서 실내외 온도차가 크다면, 자동차의 연비는 더 낮아지고 유류비는 오를 수밖에 없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실내 설정온도를 23~24도 맞추고 주행할 경우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을 때 보다 연비의 15% 정도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차량 온도가 1도 추가로 내려갈 때마다 기름도 1% 안팎으로 더 쓰인다. 가령 외부 기온이 35도일 때 차내 온도를 18도로 낮추면 100km를 갈 기름으로 80km만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차에 탈 때 1~2분 정도 문을 열어 열기를 빼낸 뒤 에어컨을 트는 것이 좋다"며 "전면유리에 열차단 선팅을 하고 햇빛 가리개를 부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속도가 낮은 도심 주행에서는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는 게 연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씨의 운전습관도 유류비를 높이는 이유가 됐다. 무더위에 지친 A씨는 차에 오를 때 마다 에어컨 온도를 한계치인 18도까지 낮췄다. 시원한 바람이 잔뜩 익은 A씨의 몸을 식혀줬지만, 결국 이는 지갑이 얇아지는 결과가 됐다.
에어컨 습관 뿐만이 아니다. 주행 습관도 연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연비운전은 유류비를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 더욱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자동차에도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연비운전 방법으로는 예열을 하는 대신 시동을 건 직후 낮은 엔진회전수(RPM)를 사용하고, 급가속과 급제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차 중 엔진을 끄는 '스탑앤고(ISG)' 기능도 사용할 것을 권했다.
또 완성차 제조사들에 따르면 가장 연비가 높은 '경제속도'는 배기량에 따라 2000cc 미만 60km/h, 2000~3000cc 미만 70km/h, 3000cc 이상 80km/h다. RPM은 2000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경·소형차가 130km/h로 달리면 연료를 50% 가량 더 소모한다.
스탑앤고의 경우 일각에서 엔진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하지만, 많은 제조사들이 연비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시동에 필요한 연료는 공회전 5초분인 만큼, 그 이상 정차하는 상황에서는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일례로 푸조는 스탑앤고를 쓸 경우 교통정체 구간에서 20~30%, 일반 도심 환경에서 6~10%의 연비 개선 효과를 보는 것으로 분석했다. BMW는 3~6%, 폭스바겐도 약 6%대 개선이 가능하다고 제시한다.
다만 업계는 민간요법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름은 온도가 올라가면 팽창하니 더운 낮에 주유하면 주유량이 줄어들고, 습도가 높아지면 연료탱크 안에 수증기가 차서 기름이 덜 들어간다는 발상"이라며 "실상 효과는 미미하다. 연비주행을 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기름값은 4개월 가까이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14주 연속 상승했다. 8월 첫 주 전국 휘발유 평균가는 L당 1645.06원, 경유는 L당 1440.37원을 기록했다. 전일 전국 평균 가격은 L당 휘발유 1647.28원, 경유 1442.29원이었다.
수도권의 경우 유가는 더욱 높게 형성됐다. 서울은 유가가 가장 비싼 지역으로, L당 평균가가 휘발유 1731.83원, 경유 1529.17원에 달했다. L당 최고가는 휘발유가 2499원, 경유는 2316원이다. 경기도 역시 L당 평균가가 휘발유 1654.47원, 경유 1448.78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비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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