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딸 사망하자…시신 이불로 덮고 남친 집으로 도망간 母

입력 2021-08-09 15:44   수정 2021-08-09 15:45


3살 딸을 집안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미혼모가 아이가 숨진 사실을 알고도 시신을 방치한 채 남자친구의 집에서 지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유기방임 혐의로 A(32·여)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딸 B(3)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미혼모인 A씨는 B양과 단둘이 공공임대주택인 빌라에 지내 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양만 혼자 집에 둔 채 최소 하루, 이틀 정도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귀가한 후 사망한 B양을 발견했으나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씨는 경찰에 "딸이 사망해 무서웠다"며 "안방에 엎드린 상태로 숨진 딸 시신 위에 이불을 덮어두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그대로 집에서 나온 A씨는 임신 중인 아이의 친부인 남자친구의 집으로 가 며칠 동안 머물렀다. 남자친구에게는 B양의 사망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달 7일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오후 3시 40분께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B양은 이미 숨져 시신이 부패 중인 상태였다.

A씨는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아이가 자는 동안 외출했다가 돌아왔더니 숨져 있었다"며 시신을 방치한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평소 남자친구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딸만 집에 두고 종종 외출했다"면서도 "며칠 연속으로 집을 비우진 않았고 중간에 집에 와서 아이를 챙기고 다시 나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신고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서워서 집을 나왔지만 신고는 해야겠다고 생각해 용기 내서 다시 집에 갔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양의 시신을 부검한 뒤 "골절이나 내부 출혈은 보이지 않지만, 외상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국과수는 "사망 추정 시점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고온으로 인한 사망 여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내에 대변이 있지만, 완전히 굶었다고 볼 수는 없고 사망 직전에 하루 정도 굶은 것 같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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