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정치적 위기에 처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조만간 퇴임할 계획이라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대선 1주년을 맞아 개최한 사회활동가·전문가·언론인 등과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내가 퍼렇게 변한(아주 늙은) 손가락으로 권좌를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다"면서 적당한 시점에 퇴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내가 언제 떠날지를 추측하지는 말라"고 덧붙였다.
후임자에 대해서는 "벨라루스 국민이 선택하는 자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답했다. 다만 현재 대통령으로 성장할 만한 후보가 15~20명 정도는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차기 대통령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떠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년 2월 전에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의회와 총리 등에게로 나눠주기 위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가 내년 초 개헌 국민투표 이후 대선을 치르고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994년부터 30년 가까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선에서도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시위가 몇 개월 동안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3만5000 명 이상이 체포됐다.
정국 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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