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목격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9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 씨는 9일 오전 8시 25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을 나섰다.
회색 정장을 입고 나온 그는 손을 한 번 흔든 뒤 대기 중이던 검은색 차량 뒷자리에 탑승했다. 전 씨의 부인인 이순자 씨도 함께 차량에 올랐다.
앞서 전 씨는 지난해 11월 1심 재판 출석 당시에는 집 앞에 있던 시위대를 향해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호통을 쳤으나 이날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의사는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은 물론, "언제 사과할 거냐"고 소리치는 일부 유튜버들의 외침에도 답하지 않았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500MD·UH-1H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전 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 씨의 광주행은 이날이 4번째다. 전 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선고기일 등 참석을 위해 총 3차례 광주를 방문했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항소심 재판에 줄곧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는 있으나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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