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얼굴의 ‘중심’이다. 호흡이라는 인체의 핵심 기능을 담당할 뿐 아니라 코의 생김새에 따라 사람의 전체적인 인상이 결정된다. 1990년대만 해도 코의 기능과 모양을 한꺼번에 다루는 수술은 국내에서 드물었다. 코의 내부 구조와 관련된 수술은 이비인후과에서 맡고, 코의 겉모양을 교정하는 수술은 성형외과에서 맡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코 성형수술을 받다가 호흡 기능이 저하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는 코의 기능과 모양을 함께 다루는 수술법을 국내에 도입한 선구자다. 고난도 비중격만곡증, 휜 코 교정술, 빈코증후군 수술법 등을 개발해 기능적·난치성 코 성형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가 됐다. 20여 개국에서 130여 명의 해외 의학자가 장 교수에게 코 성형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단기 또는 장기 연수를 다녀갔을 정도다.
“집을 지을 때 외관뿐 아니라 기둥, 실내 구조 등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처럼 코 성형도 코의 구조와 호흡 기능에 대한 깊은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장 교수의 지론이다. 장 교수에게 비중격만곡증 등 코 질환과 수술법 등에 대해 물었다.
▷난치성 코 성형수술의 대가인데, 주로 어떤 환자가 많이 찾나.
“겉으로 봤을 때 코가 심하게 비뚤어져 있는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 비중격만곡증 환자도 많다. 비중격은 콧구멍 사이에 있는 벽을 말한다. 이 벽이 심하게 휘어지면 호흡 장애를 유발할 뿐 아니라 코의 겉모양도 심하게 변형된다. 매부리코가 심하거나 코의 가운데가 쑥 들어가 있는 안장코 환자도 있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지만 호흡 기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비중격만곡증은 흔한 질병인데, 수술까지 필요한가.
“성인 대부분은 비중격이 조금씩 휘어져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비중격만곡증을 갖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사람마다 둥글게 휘어지거나 직각으로 휘어지는 등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술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중 비중격이 과도하게 휘어져 코의 모양까지 비뚤어지거나 환자의 불편함이 심할 경우 수술을 권한다.”
▷수술하면 어떤 증상이 개선되나.
“비중격만곡증이 심하면 한쪽 콧구멍이 만성적으로 막히거나 코피가 잘 나고, 잘 때 똑바로 누워서 자는 것이 불편해 한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잔다. 비중격이 많이 휘어져 있을수록 양쪽 콧구멍의 면적 차이가 크게 나 호흡에 불편함도 생긴다. 심할 경우 양쪽 콧구멍 면적이 8 대 2 정도까지 차이 나기도 한다. 비중격이 완전히 휘면 점막을 건드려 두통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코가 비정상적으로 휘어 있으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수술하면 이런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
▷어떤 수술을 해야 하나.
“비중격에서 휘어진 부분의 연골을 잘라내고 나머지를 펴는 수술을 한다. 이때 호흡과 관련해 잘라내도 되는 부분과 잘라내선 안 되는 부분을 잘 발라내야 한다. 코의 외관도 잘 생각해야 한다. 비중격은 코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잘라내면 자칫 코가 주저앉을 수 있다. 특히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비중격 연골이 약하기 때문에 연골을 강화하면서 펴는 수술 테크닉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이런 수술법을 배우러 오는데.
“서양에서는 보통 큰 코를 작게 만드는 성형수술이 발달돼 있다. 즉 연골을 약화시켜서 작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외상에 의해 코가 주저앉거나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코가 주저앉는 경우엔 반대로 연골을 강화시켜야 한다. 동양에서 발달한 수술법이 필요한 경우다. 올해 온라인으로 주최한 아산 코 성형 심포지엄에 75개국 의료진 1300여 명이 참석해 코 성형 교육 프로그램을 들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