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2의 '스타일난다' 키운다…카페24와 1300억 지분 교환

입력 2021-08-10 13:46   수정 2021-08-10 14:02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에 카페24의 노하우를 녹여 쿠팡, 카카오 등을 따돌리고 명실상부한 전자상거래 업체로 발돋움한다.

네이버는 10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 지분 14.99%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13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 교환으로 양사는 중소상공인(SME) 성장과 글로벌 진출에 전방위적인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 플랫폼 업체와의 전자상거래 점유율 차이를 더 벌린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카페24, 지분 맞교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페24는 이날 네이버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카페24가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 주식 31만327주(발행주식총수의 0.19%)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취득하는 대신 신주 332만1169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에 네이버가 참여하기로 했다.

증자 금액은 1371억6427만9700원이다. 주당 액면가는 500원, 신주발행가는 4만1300원으로 기준 주가에 대한 할인율은 10%다.

카페24는 1999년 설립된 '벤처 1세대' 기업으로 1·2·3대 주주인 우창균 이사, 이재석 대표, 이창훈 이사 모두 포항공대 물리학과 출신의 창업 멤버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쇼핑몰 개설, 광고·마케팅, 결제, 물류 등 다양한 온라인 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24 쇼핑몰 솔루션'을 선보여 성장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업력을 유지한 카페24는 190만명이 넘는 개인과 법인의 온라인 쇼핑몰 개설을 지원했다. 이는 솔루션 업계 경쟁사인 네이버, 쿠팡, NHN을 모두 넘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카페24는 올 1분기 기준 국내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 점유율 63%를 차지하고 있다. 카페24와 인연을 맺어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4000억원에 회사를 로레알에 매각한 '스타일난다'가 대표적이다.

카페24는 역량을 인정받아 2018년 2월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해에는 페이스북 전자상거래 프로젝트 '페이스북 숍스'에 동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게 합류했다.
카페24 서비스 모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유사
네이버가 카페24에 구애를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카페24가 가진 노하우 때문이다. 카페24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라인 쇼핑몰 개설 경험을 가졌다. 온라인에서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입문 단계부터 솔루션을 제공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네이버가 추진 중인 스마트스토어 모델을 카페24가 앞서서 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페24가 힘을 합칠 경우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소비자 직접 판매(D2C) 쇼핑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카페24 이용자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플랫폼을 연동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판매자까지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는 서비스 고도화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카페24의 가치는 거래액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카페24의 국내 쇼핑몰 거래액은 11조원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과의 경쟁에도 10% 후반대 성장률을 유지했다. 카페24가 보유한 글로벌 사업 역량은 네이버의 해외 진출에 효과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카페24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 해외 지역에서 10년 넘게 사업을 진행했다. 네이버가 카페24를 품을 경우 별도의 구축망 없이 당장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최근 CJ대한통운 등과 동맹을 맺고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풀필먼트는 물류 전문 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배송까지 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판매자는 물류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카페24의 솔루션을 접목해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마트, CJ대한통운, 카페24 등과 이른바 '네이버 동맹'을 구축한 네이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온라인쇼핑몰 생태계 재편을 주도해 확실한 플랫폼 사업자로서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내년 정식 서비스를 앞둔 '머천트솔루션'의 베타 서비스를 올 하반기부터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머천트솔루션은 이커머스 사업에 나서는 중소 개인 사업자에게 스토어 구축이나 상품관리, 주문·결제에서 정산, 데이터 분석, 물류 연계나 고객 관리, 마케팅 지원까지 모든 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탈 플랫폼 솔루션을 말한다. 사업 모델이 카페24와 거의 일치한다.
"두 회사 협력 중소상공인 성장 위한 원동력"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카페24 지분 인수시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에 이어 1위 독립 쇼핑몰 운영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이어 "카페24가 구축한 해외 웹호스팅 인프라는 네이버의 글로벌 스마트스토어 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자 대상 풀필먼트 서비스와 마케팅 솔루션 부문에도 기존 네이버 쇼핑과 통합할 경우 중복 비용 절감 등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지배력 강화가 예상되고 글로벌 이커머스 진출에도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며 "카페24 역시 최대 경쟁자였던 네이버와의 협력으로 신사업 투자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을 덜고, 외형과 수익성 확보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두 회사의 협력은 수많은 SME들의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자 글로벌 진출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SME들이 포진한 스마트스토어의 잠재력과 다양한 중대형 셀러를 보유한 카페24의 노하우를 결합해 커머스 생태계를 더욱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양사의 협력을 통해 온라인 사업자들은 주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일본, 동남아,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누구나 창의력만 있다면 쉽게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함께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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