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주 학동에서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 사고를 계기로 건설 현장 분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 현장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행정 공무원에게 무분별하게 수사권을 확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10일 국회에서 이런 내용의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영배 의원은 "건설 현장에서 공무원에게는 수사권이 없어 불법을 발견해도 증거를 찾기 힘들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특사경 제도 도입도 주문했다"고 밝혔다.
특사경은 검찰과 경찰 외에 제한적 분야에 수사권 갖는 공무원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 '특사경 카드'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예컨대 정부는 지난 2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이유로 부동산 실거래 집중 조사와 각종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부동산 특사경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 2019년에는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효과적인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사경이 출범했다.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불법 투기 사태를 계기로 농지 분야에도 특사경 도입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등 다른 정부 기관도 특사경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특사경 제도는 과도한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사경은 수사 분야는 제한적이지만 권한은 일반사법경찰과 같기 때문이다. 한국의 특사경은 50여 종류에 이르는데 20~30여 종류인 독일 프랑스 일본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TF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불법 하도급 현장에서 인명피해 발생 시 처벌조항을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져가는 부분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은 이러한 방안이 잘 이행되도록 필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정 협의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송 대표는 "광주 학동 사고는 무리한 시공방식과 불법 하도급 등에 따른 전형적 인재"라며 "앞으로 안전비용 절감을 통한 공사비 절약이 없도록 반드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은밀한 불법 하도급을 조사할 수단과 방법이 없고, 적발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며 "불법을 사전에 차단할 대책을 마련하고 사후처벌을 대폭 강화해 시공사 간 관계를 공생이 아닌 감시 체계로 만들겠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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