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각이 나온다고?"…'주차 달인' 만들어준 뒷바퀴의 비밀 [영상]

입력 2021-08-11 08:04   수정 2021-08-11 08:46


좌우로 움직이는 자동차 뒷바퀴가 고급차의 기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수입차의 대명사인 독일 3사부터 포르쉐, 제네시스까지 뒷바퀴를 '꺾기' 시작했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와 픽업트럭의 대명사 GMC 등 제조사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고 나섰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가 새로 선보이는 G80의 ‘다이내믹 패키지’에는 '후륜 조향 시스템(RWS)'이 들어갔다. 자동차 뒷바퀴는 큰 역할 없이 끌려가거나(전륜구동) 차를 미는(후륜구동)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좌우로 움직이는 조향도 가능해진 것이다. 60km/h 이하 저속에서는 앞바퀴의 반대 방향으로,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뒷바퀴가 좌우로 움직이면 제법 많은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저속에서는 자동차의 회전반경을 줄여 U턴이나 주차를 더욱 쉽게 만든다. 제네시스는 후륜 조향 시스템 덕에 G80의 회전반경이 쏘나타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차선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미끄러짐을 억제할 수 있어 고속 선회나 긴급 회피 상황에서 차가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제네시스는 추후 G90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에도 후륜 조향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전자식 후륜 조향 시스템은 장점이 많은 첨단 기능이지만, 사실 1980년대 일본 제조사들이 기계식으로 시도한 전례가 있는 기술이다. 과거 기계식 후륜 조향을 적용한 대표 모델로는 혼다 프렐류드, 미츠비시 3000GT, 닛산 300ZS 등이 꼽힌다.

당시에는 낮은 기술 완성도 탓에 내구성이 떨어져 잔고장이 많았고, '돈 낭비'란 평가를 받으며 사실상 퇴출됐다. 이후 2010년께 기술 완성도가 높아지며 일부 제조사들이 전자식 후륜 조향 시스템에 도전을 시작했다.

BMW는 2009년 뉴 7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760i를 출시하며 국내에 후륜 조향 기능인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시스템(IAS)'을 선보였다. IAS는 스티어링 휠 조향 각도에 따라 뒷바퀴가 3도까지 틀어지는 기능이다. 5시리즈(F10)에도 일부 적용한 바 있으나 현재는 8시리즈 전 모델과 와 7시리즈 가운데 M760Li에 탑재됐다.

지난 4월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도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이 기능은 60km/h 이하 저속에서 뒷바퀴가 최대 10도까지 꺾여 조향을 보조한다. 고속에서는 조향각을 3도로 제한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우디도 대형 세단 S8·A8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S Q8에도 같은 기능을 탑재했다. 최대 조향각은 5도이며, 덕분에 준대형 SUV인 RS Q8은 중형 세단인 A5 스포트백보다 작은 반경으로 회전할 수 있다. 포르쉐 타이칸도 조향각 2.8도인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탑재된다.

후륜 조향 도입을 예고한 제조사들도 있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리어 스티어링'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이버트럭은 리어 스티어링 기능으로 좁은 코너링 상황 등에서 민첩하고 정확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이버트럭은 전장이 5860mm, 전폭은 2030mm에 달하기에 이러한 기능이 없다면 좁은 도로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바퀴를 90도로 꺾어 '게 걸음'을 할 차량도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출시를 예고한 GMC 전기트럭 허머EV는 '크랩 모드' 라는 신기능이 들어갔다. 네 바퀴를 각각 수평으로 도열해 게가 옆으로 걷는 것처럼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좁은 공간에 주차하거나 대형 픽업이 통과하기 어려운 지역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동차를 보다 정교하게 움직이기 위한 기술들이 보급되고 있다. 후륜 조향 기술도 그 일환"이라며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에는 각 바퀴가 독립적으로 구동·제동·조향·현가 기능을 수행하는 인휠 모터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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