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창업기업들의 스케일업(고성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수십 배 급증하고, 벤처투자사들로부터 100억원대 시리즈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360도 가상현실(VR) 촬영 디바이스를 개발한 쓰리아이(대표 김규현·정지욱)는 2016년 말 창업한 회사다. 지난해 찾아온 코로나19가 오히려 고속성장의 발판이 됐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면서 2018년 3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78억원으로 60배 가까이 뛴 것이다. 2016년 3명으로 창업한 이 회사의 직원은 3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아기유니콘에 뽑히면 시장개척 자금 지원, 특별보증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냉장식품 유통에 쓰이는 콜트체인패키징 제품을 생산하는 에임트(대표 갈승훈)는 2017년 7600만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6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회사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C랩 4기 기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진공단열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쿠팡과 계약을 따내면서 급성장했다.
대구 지역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을 알아본 벤처투자사들의 관심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추세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알츠하이머병 등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스트로젠(대표 황수경)은 대구스타벤처사업을 통해 성장한 뒤 2019년 시리즈A 투자 50억원을 유치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시리즈B 13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뒤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리눅스(AGL) 기반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스타트업인 드림에이스(대표 김국태 임진우)는 지난해 매출이 7억원대인데도 불구하고 올해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 4개사로부터 11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중기부의 미래 자동차 분야 빅3에 선정됐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부터도 관심을 받고 있다.
김동혁 대구시 창업진흥과장은 “대구 지역 스타트업 중 에임트가 예비유니콘에, 쓰리아이와 아스트로젠이 아기유니콘에 선정됐고 이들 3개 기업 모두 상장을 준비 중”이라며 “유니콘기업과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와 삼성이 C랩, C펀드 등을 통해 창업기업 육성에 나선 지 7년 만에 대구의 창업기업들이 양적 성장을 하는 초기 단계를 지나 질적 성장을 하는 스케일업 단계에 도달했다”며 “매출과 고용 증가로 대구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최근 데이터 기반 스타트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5개사를 선정·지원해 매출 86억원, 투자유치 19억원, 신규 고용 116명을 달성하는 성과도 올렸다. 올해는 지비소프트 등 7개사를 육성 중이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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