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광고를 위한 촬영 계약을 하면서 사진 사용기간을 정하지 않았다 해서 해당 사진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체적인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통상적인 사용기간 내로 한정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의 초상권 침해 금지와 방해 예방 청구 상고심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6월 목걸이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B씨와 사진 촬영 계약을 맺고 B씨가 판매하는 상품을 착용한 사진을 찍었다. 당시 계약에서 ‘해당 사진의 저작권과 사용권은 B씨에게 있고 초상권은 A씨에게 있다’고 명시했지만 사진 사용기간은 정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연예 매니지먼트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고, 2018년 11월 B씨에게 사진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A씨는 “당시 계약이 단순 촬영 계약으로 광고 모델 계약이 아니었다”며 “계약 기간을 무제한으로 적용하는 것은 초상권 본질을 훼손하는 불법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이를 거부했다. “사진 사용권이 자신에게 있고, 사진 사용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만큼 사진의 사용 기간은 해당 상품이 판매되는 기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사진의 상업적 사용 권한이 인정되더라도 일반적으로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 기간은 6개월 내지 1년”이라며 “이미 통상적인 사용기간은 지났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원고도 해당 상품 판매기간에 사진이 활용될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마지막 촬영 이후 1년 가까이 B씨의 사진 사용을 묵인하다 다른 광고계약과 충돌하자 사진 삭제를 요청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항소심처럼 A씨가 상품 광고 목적에 동의해 계약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사진 사용기간에 대해서는 “명백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거래상 상당한 범위 내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은 합리적인 사진 사용 기간을 심리·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상권 침해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 환송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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