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80대 노인이 중국 국적의 간병인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피해자는 비장 파열, 갈비뼈 골절 등 중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위중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관내 한 요양병원에서 60대 남성 간병인 B씨가 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80대 노인 A씨를 대상으로 폭행 등 노인 학대를 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 국적인 가해자 B씨는 185cm의 거구로, 사건이 발생한 요양병원에서 5년가량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간병인 B씨가 노인 학대 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 병원 측에 자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 B씨와 병원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B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A씨를 학대했는지, 그리고 그 동기는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80대 노인 A 씨는 일반병원에서 뇌경색 치료를 받던 중 '카바페넴계내성 감염증'에 노출돼 지난달 1일 이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다른 환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 요양병원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보호자 면회를 전면 차단하고 있다. 때문에 가족들이 A 씨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영상통화였다.
A 씨 며느리에 따르면, A씨 가족들은 A씨가 병원에 입원한 지 13일이 되던 날 영상통화를 하던 중 A 씨 인중에 붉은 자국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당시 가족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이후 자국이 심해졌다.
A 씨 며느리는 "처음 멍 자국을 발견한 게 7월 13일인데 그로부터 5일이 지난 뒤 통화를 할 때는 시아버님의 인중에 멍이 더 심해졌다"며 "영상통화를 할 당시 간호사는 뭔가 묻은 것이라며 닦는 시늉을 했지만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요양병원을 옮길 생각도 당연히 했지만, 시아버지가 감염증에 걸린 환자이다 보니 받아주는 다른 병원이 없었다"며 "이때부터 요양병원에 대한 의심이 점점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A 씨의 치아 2개가 빠지기도 했다. 요양병원 담당 간호사는 "식사를 하려던 중 간병인이 빠진 치아를 발견했으며 자연적으로 발생한 일이라 피가 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A 씨 가족은 "간호사는 피가 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치아를 챙겨 온 휴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며 "빠진 치아 2개를 들고 치과를 방문했지만, 구타에 의한 것인지 자연적으로 빠진 건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씨 가족은 지난 8일 요양병원으로부터 긴급한 연락을 받았다. A 씨를 담당해 온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간호사는 "혈압이 떨어지는 등 위급상태이니 빨리 병원으로 오셔야 한다"며 재촉했다.
요양병원에 도착한 A 씨 가족은 담당 의사로부터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다. 같은 날 오전까지 미음으로 식사를 잘하던 A 씨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자 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의 위급상황을 지켜만 봐야 했다.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후 가족들이 의료진에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A 씨의 개복 수술을 한 결과 비장이 파열됐으며 갈비뼈도 부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A 씨는 가족은 "해당 수술의 집도의는 낙상이 없었는데 비장 파열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며 "요양병원에서 시아버지를 담당했던 의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비장이 파열됐느냐'고 되물은 뒤 처치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A 씨의 가족은 가해자인 간병인 B씨와 요양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처음 의문을 제기했을 당시 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변명을 지속했다"며 "요양병원에서 새로운 피해자가 나오는 일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측은 A 씨를 포함한 총 6명이 병실에 함께 입원해 있는 상황에서 학대가 이뤄졌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이날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A 씨 가족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이와 관련된 정확한 내용 파악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를 담당했던 간병인은 우리 병원에서만 4~5년 정도 경력을 쌓은 분"이라며 "새로운 병원에 입원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학대라는 단어를 사용한 A 씨 가족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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