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더욱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점유율 70%로 더이상 성장 여력을 찾기 힘든 반면 파운드리 시장은 아직 성장 잠재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운드리 경쟁력을 결정짓는 미세공정 부문에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이 세계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뒤처진 것도 노트북과 PC 탑재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에 안주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로 콘센트로 전력을 항시 공급받는 노트북과 PC 특성상 CPU의 전력 소모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 샤오미 등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 경쟁력으로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와 긴 배터리 수명을 꼽는다"며 "1㎚ 작아질 수록 성능과 배터리 효율이 20~30% 올라가는 만큼 파운드리의 생사도 미세공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양산 중인 제품은 5㎚ 반도체다. TSMC와 삼성전자는 내년 께 3㎚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TSMC가 삼성전자보다 몇개월 생산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인텔의 주문을 받아 3㎚ 공정이 적용된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준비 중이다. TSMC는 내년 2월부터 대만에서 3㎚ 공정 생산라인을 가동해 7월부터 인텔이 주문한 CPU와 GPU를 양산할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쯤 3㎚ 공정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미세공정 부문에서 한발씩 뒤처지고 있다"며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좀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에 인텔도 가세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은 더 나아가 미세공정 단위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7월 열린 기술 설명회에서 겔싱어 CEO는 “2024년부터 20A 공정에서 제품을 양산하고, 다음해인 2025년에는 18A 공정에서 제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기존에 사용된던 '㎚' 대신 옹스트롬(A·1A=0.1나노미터) 단위로 공정을 설명한 것이다. 20A와 18A 모두 기존 2㎚ 공정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세공정 기준이름을 달리해 경쟁 파운드리와의 비교 자체를 힘들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 EUV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네덜란드 기업ASML의 상반기 매출은 약 84억 유로(약 11조 4000억원)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EUV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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