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에는 초당파 의원들이 마련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도 상원 문턱을 넘었다.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더 나은 재건’을 기조로 한 경제정책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미 상원은 이날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 결의안을 찬성 50명 대 반대 49명으로 통과시켰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상원 50석을 차지하고 있어 14시간 동안이나 공방이 오갔다. 그러다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예산 결의안이 처리됐다.
전날 1조달러 규모 인프라 예산안은 찬성 69명 대 반대 30명으로 통과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초당적 협상 노력 끝에 공화당 의원 1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통과된 예산 결의안에는 복지·교육, 의료보험제도 확대, 기후 변화 대처 등 공화당이 반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화당은 나랏빚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줄곧 반대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도로 다리 교통 수도 등 공화당과 타협 가능한 1조달러 규모의 예산안을 따로 편성해 전날 통과시켰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예산 결의안 통과 직후 “이 법안으로 미국이 소수를 위한 정부가 아니라 모든 아이, 부모, 노인을 위한 정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산 결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12개 상임위원회는 세부 예산안을 마련한 뒤 이를 단일 법안인 조정 법안으로 합쳐 다시 상원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예산안들은 하원에서도 통과돼야 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조달러와 3조5000억달러의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한 후 동시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이든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두 달 연속 5%대 중반의 높은 상승률을 보여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기에 비해 5.4% 올랐다고 이날 발표했다. 2008년 8월 이후 최대 폭으로 뛰었던 지난 6월 CPI와 똑같은 상승률이다. 시장 전망치(5.3%)를 소폭 웃돌았다.
소비자 물가 상승은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Fed가 예정보다 빠르게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9일 “8~9월 고용 지표가 잘 나오면 조속히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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