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매물폭탄' 외국인…10개월 만에 환율 1160원 돌파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8-12 14:38   수정 2021-08-12 14:47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탈한 영향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0개월 만에 1160원 선을 넘어섰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실물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투매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14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4원 2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당 1160원59전에 거래 중이다. 장중으로 작년 10월 5일(1161원10전) 이후 10개월 만에 1160원 선을 돌파한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11일 2223명을 기록해 처음 2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도 1987명으로 2000명 선까지 늘었다. 위중증 환자도 300명을 넘어 400명에 근접하고 있다. 델타 바이러스 변이가 확산되면서 실물경제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화됐다. 그만큼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려는 수요가 커졌다.

여기에 반도체 가격의 고점론이 퍼진 것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올 4분기 D램 가격이 올 3분기에 비해 최대 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결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매에 나섰다. 이날 2시30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1393억원, 751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삼성전자 1조532억원, SK하이닉스 6768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 투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30억6000만달러(약 3조5120억원) 순유출됐다. 이달 들어서 지난 11일까지도 908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외국인의 이탈 흐름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만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외국인 이탈의 배경으로 꼽힌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9일 “8~9월 고용 지표가 잘 나오면 조속히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이퍼링을 추진해 시중 달러를 흡수하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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