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메가일렉트로닉스는 글로벌 반도체기업만 만든다는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 처리용 저장장치 NVMe SSD(2테라바이트급)를 중국 전자부품 유통회사에 5년간 총 90만 개 공급하는 계약을 이달 맺었다. 연매출 120억원 규모인 중소기업이 한 번에 2500억원 규모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인텔 마이크론 등 세계 유수 반도체 업체와의 입찰 경쟁 끝에 거둔 쾌거여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메가일렉트로닉스는 삼성전자, 미국 인텔, 일본 도시바, 미국 마이크론 등 쟁쟁한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과 경쟁하는 세계 7대 SSD 제조업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SSD를 자체 설계·제작하는 유일한 회사다. 이 회사의 SSD는 글로벌 기업 제품과 비교해 읽기와 쓰기 속도, 내구력 측면에서 뒤처지지 않고 전수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불량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12%가량 저렴하다. SSD 개발·생산인력만 수백 명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과 달리 14명의 소수정예 석박사급 인재가 이를 맡고 있어 제조 원가를 크게 절감한 덕분이다. 조 사장은 “요즘 해외 바이어로부터 화상회의 요청이 잇따르고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소기업으로 세계적 기업에 오른 대만 TSMC처럼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018~2019년 세계 낸드플래시 제조 공법 표준이 바뀌는 과정에선 위기를 겪기도 했다. 200억원을 쏟아부은 기술을 포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개발해야 했다. 조 사장은 “당시 모든 직원이 주말과 밤도 잊은 채 일해준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회사는 기업의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고사양 SSD를 개발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2023년부턴 전기차, 의료기기 등에 폭넓게 쓰일 차세대 SSD도 공급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세계 PC·노트북·데이터센터용 수요 증가로 SSD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올해 35조원에서 2025년 51조원으로 45.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PCB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머리카락 두께(약 70㎛, 1㎛=100만분의 1m)의 2분의 1 수준까지 얇은 기판으로 16층까지 쌓아 올리는 기술을 보유한 국내 최대 다층회로기판 생산업체다. 조 사장은 “전기차 수소차 등 전장제품과 통신·서버용으로 PCB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일렉트로닉스는 대규모 SSD 수주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작년의 2.6배인 301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 매출이 작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2022년엔 올해 매출의 3배인 1020억원, 2023년엔 6배인 1818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내년 코스닥시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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