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가 패션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냉감 소재로 만든 한여름용 제품도 나왔다. 레깅스를 활용한 젊은 여성들의 ‘과감한’ 패션에 때론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종종 있지만, 레깅스는 본래 남녀 공용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13~14세기 유럽에서 활동성이 편한 방한용 옷으로 각광받았다. 19세기엔 군인들의 필수품이었던 적도 있었다. 레깅스가 품고 있는 반전의 역사다.
특정 패션의 폭발적인 유행은 시대의 변화와 대체로 맞물려 있다. 정장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구체제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계급으로 부상한 부르주아들은 18세기 귀족의 화려한 복색을 검은색 정장으로 대체했다. 절제와 검약, 자기 통제의 관념을 의복에 투영한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것은 기호와 이미지”라고 설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와 함께 레깅스가 주류로 떠오른 것 역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급격한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에는 레깅스가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이 되면서 레깅스를 입고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부츠컷’ 등 부담스럽지 않은 레깅스 디자인이 나온 데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MZ세대들이 등장하면서다. 최근에는 남성을 위한 레깅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올초에는 남성그룹 2PM 등이 레깅스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과 달리 체육관이나 사이클 등 운동을 할 때 많이 입는다. 이 덕분에 메깅스(men+leggings)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봄과 가을에 입는다는 고정 관념도 깨지고 있다. 6.5~8부 정도로 짧은 길이의 레깅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름에는 주로 발목까지 오는 8.5부,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7.5부, 무릎까지 오는 4.5부, 무릎 위로 오는 바이커 쇼츠 등이 인기다. 이랜드의 뉴발란스도 ‘하이텐션 7부 레깅스’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파스텔톤 계열의 밝은 색상 제품을 출시하면서 한여름에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도 레깅스를 출시하고 있다. F&F의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는 여름철을 맞아 냉감 기능을 접목한 ‘아이스 레깅스’를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물이 빨리 마르는 물놀이용 레깅스인 ‘워터 레깅스’가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재도 레깅스는 계속 진화 중이다. 조깅할 때 입을 수 있는 조깅스, 골프웨어 및 테니스복으로도 활용 가능한 액티브웨어, 폴댄스 등 운동 종류에 알맞은 레깅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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