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1946년 밀크티를 제대로 만들려면 “잔에 우유보다 차를 먼저 넣어야 한다”며 ‘홍차 먼저파’를 지지했다. 홍차의 양을 정확하게 계량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6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뒤 2003년. 영국 왕립화학회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꺼냈다. 우유를 먼저 넣어야 한다며 ‘우유 먼저파’를 공식 지지한 것이다. 우유의 단백질이 뜨거운 홍차와 바로 만나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홍차에 진심인 영국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막 차의 세계에 입문한 당신. 완벽한 한 잔의 차를 즐기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티백으로 차의 향을 어느 정도 알기 시작했다면 잎차의 단계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표일배라고 불리는 거름망이 합쳐진 주전자를 이 대표는 추천했다. 거름망에 마시고 싶은 찻잎을 적당량 담고 물을 부어 우리는 것으로 끝난다.
다만 여기서부터 잎차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우리는 방법에 차이가 난다. 동양에서 주로 마시는 녹차, 백차 종류는 찻잎이 여려 1분 내외의 짧은 시간만 우려낸다. 대신 여러 번 반복해 우려서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서양에서 주로 즐기는 홍차 계열은 3분 이상 충분히 우려내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차를 한 잔 앞에 따른 뒤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차의 색상이 녹색에 가까운 녹차, 백차 등 여리여리한 향의 차는 맛이 세지 않은 떡이나 중국식 전병 정도로 충분하다. 쌉쌀한 홍차를 마실 경우 달달한 케이크, 쿠키와 잘 어울린다. 의외로 과일 종류는 티 타임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 대표는 “과일의 단맛은 차의 쓴맛을 도드라지게 하는 경우가 많아 잘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같은 여름에는 어떻게 차를 즐겨야 할까. 이 대표는 찬물에 오랜 시간 우려낸 냉침 밀크티와 에이드를 추천했다. 찬물에 홍차 티백을 담가 하룻밤 정도 천천히 우려낸 뒤 우유와 시럽을 섞어 달달하게 마신다. 히비스커스, 루이보스와 같은 블렌디드 티는 사이다와 탄산수를 1 대 1로 섞은 뒤 차갑게 우려내면 향긋하고 달콤한 티 에이드가 완성된다.
다만 녹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싱그러운 풍미가 사라지는 만큼 가급적 표기된 기간 안에 즐길 필요가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 팬에 가볍게 볶아서 즐기면 구수한 풍미가 살아난다. 보이차를 비롯한 흑차는 수십 년 동안 묵혀 판매할 정도로 오래 두고 마시는 차이니만큼 보관에만 유의하면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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