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 선생님’의 원조로 유명한 일본 교육업체 베네세홀딩스는 2014년 위기에 빠졌습니다.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회사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습니다. 베네세홀딩스의 주력 교육 상품 ‘진연세미나’의 유료 회원은 3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진연세미나는 학생이 푼 교재 답안지를 빨간펜 선생님이 첨삭, 지도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회사를 구한 건 인공지능(AI) 기술이었습니다. 일본 교육업체의 AI 혁신을 소개합니다.
2014년께 베네세홀딩스의 어려움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뿐이 아니었습니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와 과외와 같은 개인 교육 서비스 증가로 경영 부진이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2014년 태블릿PC 교재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학생은 태블릿PC에 작성한 문제 풀이를 인터넷으로 바로 업로드합니다. 선생님도 온라인으로 답안 첨삭과 지도를 해줍니다. 기존에는 우편으로 교재와 답안지를 주고 받느라 답안 교정 시간이 2주 정도 걸렸습니다. 태블릿PC 도입 이후엔 이 기간이 1~2일로 확 줄었습니다. 답안 제출 비율도 기존보다 약 3배 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문제 풀이 시간과 정답률 등 데이터가 쌓입니다. 이 데이터를 AI가 분석합니다. 개인별 습득 수준과 약점 등을 알아내 학생별 특성에 맞게 다음 문제를 출제하고 학습 계획을 만들어줍니다.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AI 솔루션의 성능도 향상됐습니다.
AI가 적용된 건 학생뿐이 아닙니다. 약 50년간 종이 교재에서 쌓아온 지도 방법 등의 연구 결과를 AI로 분석한 뒤 빨간펜 선생님의 지도력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했습니다. 히데토모 하시모토 베네세홀딩스 DX전략본부장은 “많게는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선생님들은 회사의 큰 자산”이라며 “AI로 선생님의 능력도 향상시킴으로써 다른 에듀테크 기업과 차별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네세홀딩스의 디지털전환(DX) 혁신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2016년 150만 명까지 떨어졌던 진연세미나 유료 회원이 올 4월 200만 명까지 회복됐죠. 올해 들어 회원 가입 1년 후 유지율도 작년보다 4% 상승했습니다.
아타마플러스의 교육 앱 ‘아타마+’는 학생의 학습 이력, 문제 해결 시간, 학습 진도는 물론 집중도, 기억력 등까지 AI로 분석합니다. 아타마+는 특히 ‘소급 학습’을 중시합니다. 소급 학습 전략은 학생이 모르는 부분이 생기는 것은 대개 앞선 단원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는 전제에 기반합니다. AI를 통해 학생이 어느 단원에서 학습이 부족했는지를 밝혀내고,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느 정도 양을 풀면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강의 과목도 수학, 영어, 물리, 화학 등으로 다양합니다.
아타마+로 학습한 학생은 기존 점수보다 약 50% 성적이 향상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런 성과로 회사는 작년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이러닝 어워즈’ 대상을 받았습니다. 아타마+는 와세대쥬쿠, 갓켄 등 대형 입시학원에서도 도입했습니다. 아타마플러스는 지난달 미국·싱가포르 등 투자회사로부터 51억엔(약 53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리쿠르트그룹 자회사 리쿠르트마케팅파트너스 역시 AI 기반 인터넷 강의 플랫폼 ‘스터디서플리’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스터디서플리는 대학 입시생과 직장인에 특화된 서비스이며 올 3월 기준 유료 회원 157만 명을 확보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AI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 매스프레소 등이 다양한 에듀테크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민간 교육업체들의 AI·디지털전환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미국의 교육시장 분석업체 홀론IQ에 따르면 작년 2270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에듀테크 시장은 2025년 404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교육기업들의 좀 더 적극적인 AI·디지털 전환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서민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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