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에서 트랜스젠더 2명이 거리에서 발가벗겨진 채로 집단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카메룬은 법으로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다.
10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인 로이크 쥬캄(소셜미디어 이름 샤키로)과 롤런드 무설리어스 파트리샤가 지난 8일 오전 동성애를 이유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샤키로와 파트리샤는 남자의 몸을 갖고 있지만 본인들을 여자라 생각하는 트랜스젠더다. 이들은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택시 밖으로 끌려나온 두 사람은 욕설과 살해 협박을 들으며 경찰이 올 때까지 약 30분간 구타를 당했다.
샤키로는 HRW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발가벗겨진 채 여러 명한테 온 몸을 구석구석 맞았다"며 "유일한 살길이라 생각해 죽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샤키로와 파트리샤는 카메룬에서 유지되고 있는 동성애 금지법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지난 2월 여성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동성애 행위 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5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러다 오는 9월 항소심을 앞두고 지난달 가석방됐다.
두 사람은 괴한들을 고소할 예정이지만, HRW는 카메룬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제도화되고 폭력이 만연한 상태이기 때문에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HRW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야만적 행위"라며 "법치가 무너진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제게이레즈비언협회(ILGA)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유엔 회원국 중 합의된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는 69곳이다. 브루나이, 이란, 모리타니, 나이지리아(북부 12개주),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6개국에서는 동성애 성행위에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카메룬에서도 성소수자 탄압이 더 심화하고 있다. 지난 2월에만 최소 27명이 체포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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