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 美인프라투자…수혜주 '옥석' 가려볼까

입력 2021-08-12 10:20   수정 2021-08-12 11:44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 중인 인프라 투자 방안 중 1조달러(약 1156조원) 규모에 대한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으면서 국내 경기민감업종의 수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인프라 투자 예산안의 상원 통과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한국 증시에서는 철강주가 강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규제가 강해질 가능성이 힘을 보탠 덕이다. 반면 기계 업종은 미 인프라 투자 수혜 가능성이 점쳐지는데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다.
철강주, 미국發 수요 증가 기대에 중국의 공급 감소 수혜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포스코(POSCO)는 8000원(2.37%) 오른 34만5000원에, 현대제철은 700원(0.59%) 상승한 5만1300원에, 세아제강은 1500원(1.52%) 뛴 10만5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1.30% 상승한 5479.21에 마감됐다.

초당파 의원들이 마련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안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통과됐다는 소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도로·교량, 철도, 대중교통, 공항, 광대역, 전력망 등에 대한 투자 방안이 담겨 있다. 대규모 건설이 이뤄지면 철강 자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중국의 철강산업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점도 철강업종 상승에 힘을 보탰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철강 수출을 억제하는 한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철강 생산도 줄이는 규제를 동시에 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 5월부터 146개 철강 제품에 대한 수출 증치세 환급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냉연과 아연도금강판 등 23개 품목에 대해 추가로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를 단행했다”며 “중국 내수가격과 역내 가격의 스프레드(차이)가 재차 확대될 경우 수출세 부과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제품의 수출을 막으면, 글로벌 철강재 시장에서는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 가격을 올리거나 지지하는 효과를 낸다.

이에 더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중국의 철강 감산 정책은 철광석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t)당 179.37달러로 7월16일 219.7달러 대비 18.36% 하락했다. 방 연구원은 “중국의 7월 철광석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한 영향”이라며 “철광석 가격 안정은 중국 정부가 의도한 바이고, 시장이 여전히 (중국의) 하반기 철강 감산이 유효하다고 보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공장 있는 두산밥캣·현대일렉트릭 주목돼”
기계 업종도 미국 인프라 투자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대규모 건설이 이뤄지면 중장비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실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캐터필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2.48% 상승한 데 이어, 간밤에는 3.55%가 또 올랐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노후 인프라에 대한 투자 방향에 대해서는 모두의 공감에도 실질적인 실행이 없었지만, 이번 예산안 통과는 그 시작점을 알린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에서는 미국 시장의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두산밥캣이 직접적 수혜주로 꼽혔다. 다만 전일 두산밥캣은 0.69%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연구원은 “소형 건설장비의 인프라 투자 수혜 여부에 대한 의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통상의 건설공사에는 소형 건설장비의 동반 사용은 일반적 현상”이라며 “현재 미국 주택시장 호황으로 딜러 재고가 급감한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 수요 기대는 판매 가격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매출 비중이 10% 내외로 작은 두산인프라코어나 현대건설기계의 경우에도 현지 인프라 투자에 따른 중장기 판매량 증가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공급 부족이 나타나면서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전일 현대건설기계는 0.37% 올랐고, 두산인프라코어는 1.49% 하락했다.

전력장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특히 미국 앨라베마에 공장을 갖고 있는 현대일렉트릭은 전일 5.45% 급등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일렉트릭은 앨라베마 공자의 최대 생산량을 1억달러 어치에서 2억달러 어치로 상향했고, 내년까지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며 “생산량 증가에 따라 미국법인의 흑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미국공장을 인수한 뒤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는 효성중공업과 미국으로의 매출 증가가 전망되는 LS일렉트릭도 미국 인프라 투자의 수혜주로 꼽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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