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규모' 한국·터키 통화스와프 논란…실익 얼마나 있나?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8-12 14:00   수정 2021-09-30 10:57

한국은행이 터키중앙은행과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 하지만 금융·외환 불안이 커지는 터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의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이다.

한은은 12일 터키중앙은행과 양자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두 중앙은행 총재가 이날 서명한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액은 2조3000억원·175억리라 규모로 계약기간은 3년이다. 만기가 도래하면 두 중앙은행 합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통화스와프는 양국의 교역 확대 및 금융협력 강화를 통해 양국의 경제발전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체결했다"며 "무역대금을 자국통화로 결제할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터키의 요청으로 급물살을 탔다. 작년 5월 터키가 주한 대사관을 통해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당시 터키가 금융불안을 겪자 외환안전판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집권 이후 터키는 끊임없이 금융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강력한 성장정책 기조 아래 터키중앙은행이 2018년 9월 연 24.00%에 달했던 기준금리를 2020년 5월 연 8.25%까지 끌어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낮아진 기준금리에 터키 시장을 등졌고,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등 외환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시로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면서 통화정책의 신뢰도도 급락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에르도안은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터키중앙은행 총재 3명을 경질했다. 리라화 가치는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터키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탄탄하지 못하다. 지난해 373억달러 경상적자를 기록한 데다 올해 1분기에도 78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이어갔다. 그만큼 외화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외환보유액도 지난 2019년 말 1057억달러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976억9200만달러로 줄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외환 안전판'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된다. 통상 기축통화국 또는 그에 준하는 펀더멘털이 탄탄한 국가들과 체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불안이 끊이지 않고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터키와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선진국과는 위기대비 목적으로, 신흥국과는 경제·금융협력 증진 목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 미국(600억달러), 캐나다(사전 한도 없음), 스위스(106억달러 상당), 중국(590억달러 상당), 호주(81억달러 상당), 말레이시아(47억달러 상당), 인도네시아(100억달러 상당), 아랍에미리트(54억달러 상당) 등 8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국가들과는 384억달러 규모로 다자 간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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