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국 주요 종합병원 등에서 인공지능(AI)이 전립선암, 치매 등을 진단해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AI가 응급환자의 신속한 초기 대응을 돕는 'AI 앰뷸런스'도 내년부터 보급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제4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정밀의료SW(소프트웨어) 선도 계획'을 발표했다.
정밀의료는 AI·빅데이터 등 기술을 활용해 개인별로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진단·치료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맞춤형 건강 관리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는 대표적인 정밀의료 사업인 '닥터앤서'의 성과 확산에 힘을 쏟기로 했다. 닥터앤서는 주요 질환별 의료 빅데이터 기반으로 AI 진단·치료 SW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2018~2020년 국내 의료기관 22곳과 정보통신기술(IT) 기업 22곳이 참여해 8개 질환의 21개 SW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8개 질환은 심뇌혈관, 심장질환,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치매, 뇌전증, 소아희귀질환이다. 주요 솔루션은 AI 기반의 뇌출혈 진단, 유방암 발생 위험도 예측, 치매 조기 진단 등이 있다.
이들 솔루션은 치매의 경우 4~6시간 걸리던 진단 시간을 1분 이내로 줄이고, 대장암 판독 정확도를 74~81%에서 92%로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닥터앤서의 결과물은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AI 진단·치료에 대해 아직 잘 모르거나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AI 의료SW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점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닥터앤서 성과 확산의 마중물을 대기 위해 내년 전국 8개 의료기관에 '닥터앤서클리닉'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곳에서 AI 의료SW를 실제 써보게 하는 것이다. 클리닉 도입 기관은 공모를 통해 정한다. 정부는 주요 거점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이나 건강검진센터 위주로 선정할 계획이다.
민간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솔루션도 클리닉에 도입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AI 의료 기업인 루닛, 뷰노 등의 솔루션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기업의 솔루션을 도입할지 여부도 공모를 통해 정한다.
AI 앰뷸런스 도입도 추진된다. AI 앰뷸런스는 응급 환자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치료 '골든타임' 손실을 막아주는 구급차다. 구급차 안에서의 환자와 의료진 간 대화와 360도 카메라에 찍히는 영상 등을 실시간 분석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최적의 이송 병원을 결정하고 △적절한 응급 처치 방법을 제시해준다.
현재 AI 앰뷸런스 개발은 끝났고 일부 지역에서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전국 광역시도 2곳을 선정해 지역별 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AI 앰뷸런스를 보급할 계획이다. 초기 도입 비용은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한다.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병원정보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클라우드 바우처 사업을 통해 의료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해 민간에 개방하는 사업도 지속 추진한다.
닥터앤서 사업은 소아희귀질환 AI 솔루션 개발을 강화한다. 2018~2020년 닥터앤서 1.0 사업엔 소아질환이 발달장애와 난청 2개였다. 내년부터는 희귀유전대사질환, 선천성 다발기형, 뇌신경질환, 유전성심장질환, 유전성신장질환, 염증성장질환, 선천성 면역결핍질환, 소아혈액종양질환 등 8개로 확대한다.
임혜숙 과기부 장관은 "정밀의료SW 선도계획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AI 의료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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