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속칭 '물뽕'이라 불리는 감마히드록시뷰티르산(GHB)를 희귀수면장애 치료제로 승인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DA는 9시간 이상을 자면서도 휴식을 느끼지 못하는 특발과다수면장애 치료를 위해 GHB를 승인했다.
GHB는 FDA가 공식적으로 부작용을 인정하고 시판을 금지하기 전까지 미국에서는 건강식품으로 취급된 무색무취의 약이다. 1990년대부터 이른바 '데이트 강간 약물'로 사용되면서 2000년 3월부터 규제됐다. 이후 기면증 치료 등을 위한 제한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돼 왔다. 이번 승인으로 특발과다수면장애를 진단받은 약 4만 명의 환자가 GHB에 관심을 갖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GHB의 남용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특발과다수면장애의 증상은 낮잠을 길게 자거나 수면을 계속 갈망하는 것이다.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루이스 넬슨 미 뉴저지 의과대학 독성학 박사는 "사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GHB는 남용과 중독성면에서 심각한 안전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높다. 이미 미국 재즈제약은 GHB를 사용해 수면장애 치료제인 자이바브와 자이렘을 만들고 있는데 이들의 부작용은 이미 많이 보고돼 왔다. 지난 6월까지 FDA에 보고된 사망자만 753명이다. 2만7000건 이상의 부작용 사례도 있다. 토마스 무어 미 존스홉킨스대 의약안전효과센터 연구원은 "이 약이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뛰어난 효능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GHB를 사용해 의약품을 제조하는 재즈제약은 이번 승인으로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발라지 프리사드 바클레이아스 애널리스트는 "2025년까지 재즈제약은 14억9000만달러(약 1조7401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데이트 강간 약물이라고도 불리는 GHB는 2018년 '버닝썬'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대표로 있었던 클럽 버닝썬에서 이를 이용해 여성을 성폭행한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GHB는 무색, 무취 신종마약으로 약물성범죄에 가장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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