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한 60대 중국인 간병인이 80대 노인 환자에게 폭력 등 학대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관할 구청 소속의 보건공무원이 경찰 수사 시작 전 "학대 여부를 파악해 달라"는 환자 가족들의 신고를 여러차례 받고서도 부실 조사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공무원은 직접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말만 믿고 학대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구로구청은 해당 공무원의 상황과 관련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13일 80대 노인 환자 가족 A씨에 따르면, 구로구청 소속의 해당 공무원은 지난 11일 노인 학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요양병원을 방문했다. 가족들이 80대 노인 환자가 폭행 등 학대를 받은 것이 의심된다고 구로구청에 세차례 신고를 한 이후였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결과를 묻자 이 공무원은 학대가 없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공무원은 '직접 병실을 살펴본 결과 멍 같은 학대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공무원이 가족들에게 했던 답변은 거짓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경닷컴이 '가족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직접 조사를 한 결과 학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이 공무원은 "(자신이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고) 요양병원의 의사, 간호사가 다른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고 하여 피해자 가족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어 함부로 병실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내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담당 공무원이 피해자가 입원한 병실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병원 관계자의 말만 듣고 조사를 마쳤다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로구청은 해당 공무원이 실시한 조사와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확인부터 해봐야 하는 문제"라며 "정해진 절차 대로 사실관계부터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구로경찰서는 피해자에게 폭행 등 학대를 한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의 60대 간병인을 긴급 체포했다. 현재 피해자는 폭행으로 인한 비장파열, 갈비뼈 골절 등의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지만 위독한 상황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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