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시장논리·기술혁신으로 '뉴 스페이스' 여는 기업들

입력 2021-08-16 09:01  


우주탐사(space exploration) 혹은 우주 개발은 초창기에 미국과 옛 소련(러시아의 전신)의 체제 경쟁으로 시작됐습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주공간에서 국가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었죠.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1957년 10월 4일 발사돼 궤도에 올랐고, 미국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면서 지구 이외의 곳에 사람이 발을 디디게 했죠.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 경쟁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여기에 일본과 유럽우주국(ESA) 등이 참여하는 등 국제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주개발은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 간 경쟁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특히 옛 소련의 기술을 넘겨받아 1999년 무인 우주선 선저우 1호를 발사한 중국은 2011년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인 톈궁 1호를 우주공간에 올려놓는 등 현재 미국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죠.

미국은 태양부터 목성 토성 등 주요 행성을 관찰하는 탐사선을 여럿 쏘아올려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25일 태양계의 경계면을 벗어나 성간우주(Interstellar)에 진입, 인류의 시야를 태양계 바깥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아직까지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등 지적 호기심 충족에 그치고 있지만, 인류가 자원 고갈을 대비해 지구 이외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까지 고려한 우주탐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우주 식민지 건설과 관련해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곳은 화성입니다.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화성은 자전주기가 24시간 37분이며 자전축의 기울기 또한 25도로 지구와 비슷합니다. 표면 온도가 최저 -140도, 최고 20도로 지구에 비해 매우 낮고 중력도 지구의 40% 수준에 불과하지만 우주기지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과 중국이 탐사선을 보낸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도 지난 2월 일본 H2A 로켓에 실은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화성 궤도에 안착시켜 강소국의 면모를 보여줬죠. 이 밖에 일본은 2003년 발사한 탐사선 하야부사로 태양계 소행성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등 희귀자원을 우주에서 채굴하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의 원대한 꿈도
민간기업의 우주산업 참여는 기존 국가 주도와 달리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에서 벗어나 시장 논리를 바탕으로 기술혁신을 이루고 있어서죠. 버진갤럭틱은 내년부터 완전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우주관광 티켓 가격을 4만달러(약 4600만원)까지 낮추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민간기업들이 2014년부터 소형 위성 사업에 뛰어들어 로켓을 발사하는 데 이어 스포츠카 포르셰로 유명한 포르셰 SE는 금융회사 등과 함께 독일 민간 우주개발업체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에 7500만달러(약 866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내년에 첫 우주선 발사를 추진하는 이자르는 위성 발사 비용을 ㎏당 4만달러에서 1만달러 선으로 낮춘다는 계획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지상 85㎞까지 오른 버진갤럭틱이나 100㎞인 ‘카르마 라인’에 도달한 블루오리진과 달리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관광을 계획하고 있죠. 이미 재활용이 가능한 팰컨9 로켓으로 ISS에 화물을 보내는 등 정부사업을 위탁받아 하고 있는 스페이스X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민간 사업자로도 선정됐습니다. 머스크는 나아가 2024년 승객 100명을 태우고 화성 탐사를 본격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습니다. 머스크는 50~150년 안에 인구 1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화성에 조성하겠다는 원대한 야심도 품고 있죠. 스페이스X는 지난 6일 달·화성 탐사용으로 개발 중인 120m 높이의 우주선 스타십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도 대형 로켓 ‘뉴 글렌’을 통해 민간인과 화물을 우주 궤도에까지 올리는 더 먼 거리의 상업용 우주 비행을 추진 중입니다. 베이조스 역시 인공 중력이 작용하는 정착촌을 우주 공간에 만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우주개발 걸음마 단계인 한국
인공위성 제작 및 운용이 수준급인 대한민국은 발사체 독자 개발을 추진하는 단계로 우주 개발에서 아직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1단 로켓을 러시아로부터 통째로 들여온 나로호(KSLV-1)는 두 번의 실패 이후 2013년 처음 발사에 성공했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6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KSLV-Ⅱ) 누리호 인증모델(QM)을 공개했는데, 오는 10월 1.5t급 인공위성을 600~800㎞ 상공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계획입니다. 2022년 8~9월께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달탐사선(달궤도선)을 실어 보낼 예정이죠. 달 주위를 돌며 달 표면 영상 촬영, 지질 자원 탐사, 착륙지 선정, 자기장 연구 등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아직은 인류에 실질적 도움이 안되는 우주탐사에 들어갈 국가재정을 국민복지에 돌리는 것이 좋을까, 미래를 위해 우주탐사에 계속 투자해야 할까.

② ‘부자들의 돈잔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우주관광이 조만간 기업들의 혁신에 힘입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될 수 있을까.

③ 한국이 유인(有人) 우주선 발사국이 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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