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소비자물가지수는 경기를 알려주는 체온계

입력 2021-08-16 09:01  

소비자물가의 움직임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주제로 한 기사입니다. 기사를 읽고 바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기본 개념부터 알아봅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엄마, 아빠, 누나, 언니, 이모, 고모 등 수많은 소비자가 사서 쓰는 물품들의 가격을 지수화한 경제지표입니다. 이 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보면 경제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는 곳은 우리나라 통계청입니다. 매달 통계청 조사직원들이 물품들의 가격을 조사합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전국에 있는 2500여 표본 소매점을 조사 대상으로 삼습니다. 모든 소매점을 전수조사하려면 어마어마한 예산과 인력이 들어갑니다. 표본조사도 잘 하면 전수조사만큼 효과를 내기 때문에 전수조사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통계청은 또 모든 물품의 가격을 조사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많이 사는 460개 품목이 조사 대상입니다. 대상 품목은 시대의 변화를 감안해 5년마다 한 번씩 달라집니다. 어떤 것은 빠지고 어떤 것은 새로 들어가는 식이죠. 460개 품목은 대표품목들입니다. 예를 들어, 견과류 가격 조사에 땅콩과 아몬드는 포함되지만 호두는 빠집니다. 닭 가격은 조사되지만 오리 가격은 제외됩니다. 대표품목은 소비자들이 해당 품목에 월평균 생활비의 0.01% 이상을 지출하는 것들이죠. 생활비가 100만원이라면 100원 이상 쓰는 물건이라는 얘기입니다.

통계청이 500여 개 표본 소매점과 대표품목을 대상으로 매월 조사하는 것 외에 가격 변동이 심한 농축산물은 매월 세 번 조사합니다. 세 차례의 평균값을 반영하죠. 품목마다 가중치도 다르게 적용합니다. 물품 가격이 똑같은 퍼센트로 올라도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반영비율이 다르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쌀< 빵 < 돼지고기 <담배 <전월세’ 순서로 가중치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와 지수상 물가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쌀값이 많이 올라도 가중치가 낮기 때문에 물가가 덜 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이는 곧 지출 비중이 다르면 물가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경제 지수나 지표가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이유입니다.<br />
소비자물가지수가 중요한 경제지표 중 하나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정부는 이 지수를 경기를 판단하는 기초자료로 사용합니다. 기업들도 이 지표를 중시합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물가는 경기가 상승 국면에 있을 때 수요 증가로 인해 오르는 경향이 있고, 하강 국면에 있을 때 수요 감소로 내려가는 경향을 띱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른다는 것은 정부에 지금까지와 다른 경제정책을 쓰라는 신호를 줍니다. 반대일 때도 마찬가지죠.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화폐의 구매력, 즉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의 오르내림을 보고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거나 풀려고 합니다. 이 기사의 제목에 한은이 8월 중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지적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금리를 올린다는 뜻은 돈을 쓰는 비용(이자)을 높인다는 의미이므로 시중으로 돈이 덜 풀리게 되죠. 돈이 덜 풀리면 소비할 때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지기 때문에 ‘금리 상승-물품 가격 하락’이 성립합니다. 한은이 물가를 보고 금리를 조정하고 통화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물가지수는 통화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는 경기판단 지표, 화폐 구매력 측정 수단, 통화정책 목표 수립을 위한 지표로 사용된다고 하겠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소비자물가지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조사되고 발표되는지를 알아보자.

② 소비자물가지수와 장바구니 물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공부해보자.

③ 물가와 경기, 화폐 구매력, 통화정책 간의 관계를 알아보고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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