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시대 공유경제는 새로운 사회적 부를 창출

입력 2021-08-16 09:00  


공유경제는 경제를 공유하지 않는다. '공유경제'의 정확한 의미는 시기에 따라 달랐다. 공유경제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였다. 중국 경제학자인 리빙옌 교수와 미국의 마틴 와이츠먼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사회주의 원가 범위 기초 연구(1981)'와 '공유경제(1984)'에서 공유경제이론을 언급했다. 이들이 생각한 공유경제는 이익의 분배와 관련한 공유였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통해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의 공유경제와는 사뭇 다른 개념이었다.
공유경제의 개념
공유경제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인터넷과 사회를 위한 버크먼 클라인 센터’ 공동 이사인 요차이 벤클러는 그의 책 《네트워크와 부》를 통해 ‘사회적 생산’이라는 개념을 공유경제로 설명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 시대의 시작이 개인 간 협업을 가속화해 특정 기업의 독점적 생산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위키피디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현됐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공유’에 불과했다.

이후 공유는 ‘협력’의 개념과 연결되어 공유경제는 ‘협력소비’로 확장된다. 문자 그대로 개인이 아닌 그룹소비라는 의미다. 다수의 소비자가 그룹을 형성하면 개인일 때보다 가격협상에 우위를 가질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소비자는 공동구매를 바탕으로 자동차나 부동산, 비행기와 같은 고가 자산을 공유했고, ‘트립 어드바이저’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숙박 경험을 공유했다.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세계 최초로 공유경제에 관한 MBA 과정을 운영하는 레이첼 보츠먼 초빙교수는 이런 협력소비를 오늘날의 공유경제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간주한다. 그의 책 《위 제너레이션》에서 협력소비는 인터넷 환경에서 탄생한 전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협력소비에서 소비자는 타인과 협력해 상품과 서비스를 공유할 뿐 소유권을 갖지 않는다. 협력소비의 대상은 상품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보츠먼은 구체적으로 협력소비의 형태를 자동차와 주택 등 개인 소유 물품을 본인이 사용하지 않을 때 필요한 사람에게 임대해 부가수익을 올리는 방식과 중고물품의 판매 및 맞교환,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시간, 공간, 기술과 같은 잠재적 자원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요약한다.
공유경제의 활성화
공유경제의 등장 이유는 다양하지만, 중국 텐센트연구원은 ‘경제 잉여’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경제잉여는 사회발전에 따른 대량생산과 과소비의 결과물이다. 농경시대에는 생산이 부족했다. 가축을 활용해봤지만, 인간의 수요를 충족하기란 턱없이 부족했다. 항상 춥고 배고팠던 이유다. 공업 시대에는 각종 기계의 등장으로 생산력이 높아졌지만, 모든 수요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생산도 소비도 넘쳐난다. 텔레비전이 한 대도 없던 집이 존재하던 1980년대 초반과 달리 두 대 이상의 텔레비전을 가진 집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텔레비전은 생산되고 소비된다. 많은 경우 소비자들은 필요가 아닌 습관에 의한 소비를 하고, 이로 인해 버려지는 물건이 많다. 텐센트연구원은 이를 잉여소비라고 정의한다.

경제잉여는 기업부문에서 보면 재고이고,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유휴 자금과 유휴 물품이다. 즉, 노는 돈, 노는 물건, 노는 시간이다. 과거에는 이런 경제잉여가 사회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공유가 어려웠다. 가능하더라도 소규모 지역에 불과했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은 보다 넓은 지역의 잉여자원들을 모으고 이를 수요와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비로소 단순한 공유가 아닌 공유경제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유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참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려면 규모가 커져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사회 곳곳에 있는 경제 잉여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 플랫폼기업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공급자는 잉여자원을 판매해 수익을 얻고, 수요자는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플랫폼기업은 중개수수료를 얻을 수 있었다.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
공유경제는 분명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부를 제고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경제 잉여 활성화를 통해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공유경제가 개인 자원의 공유에만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자원까지 포괄하는 개념임을 고려해본다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오늘날 스타트업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기업이 필요한 기술이나 데이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공유해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유경제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유경제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기존 이해집단과의 충돌, 노동 및 소비자 보호 등의 문제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내는 어려운 문제지만, 보다 세밀하고 유연한 시점을 유지한다면 공유경제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제발전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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