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경제를 공유하지 않는다. '공유경제'의 정확한 의미는 시기에 따라 달랐다. 공유경제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였다. 중국 경제학자인 리빙옌 교수와 미국의 마틴 와이츠먼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사회주의 원가 범위 기초 연구(1981)'와 '공유경제(1984)'에서 공유경제이론을 언급했다. 이들이 생각한 공유경제는 이익의 분배와 관련한 공유였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통해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의 공유경제와는 사뭇 다른 개념이었다.
이후 공유는 ‘협력’의 개념과 연결되어 공유경제는 ‘협력소비’로 확장된다. 문자 그대로 개인이 아닌 그룹소비라는 의미다. 다수의 소비자가 그룹을 형성하면 개인일 때보다 가격협상에 우위를 가질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소비자는 공동구매를 바탕으로 자동차나 부동산, 비행기와 같은 고가 자산을 공유했고, ‘트립 어드바이저’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숙박 경험을 공유했다.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세계 최초로 공유경제에 관한 MBA 과정을 운영하는 레이첼 보츠먼 초빙교수는 이런 협력소비를 오늘날의 공유경제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간주한다. 그의 책 《위 제너레이션》에서 협력소비는 인터넷 환경에서 탄생한 전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협력소비에서 소비자는 타인과 협력해 상품과 서비스를 공유할 뿐 소유권을 갖지 않는다. 협력소비의 대상은 상품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보츠먼은 구체적으로 협력소비의 형태를 자동차와 주택 등 개인 소유 물품을 본인이 사용하지 않을 때 필요한 사람에게 임대해 부가수익을 올리는 방식과 중고물품의 판매 및 맞교환,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시간, 공간, 기술과 같은 잠재적 자원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요약한다.
경제잉여는 기업부문에서 보면 재고이고,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유휴 자금과 유휴 물품이다. 즉, 노는 돈, 노는 물건, 노는 시간이다. 과거에는 이런 경제잉여가 사회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공유가 어려웠다. 가능하더라도 소규모 지역에 불과했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은 보다 넓은 지역의 잉여자원들을 모으고 이를 수요와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비로소 단순한 공유가 아닌 공유경제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유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참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려면 규모가 커져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사회 곳곳에 있는 경제 잉여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 플랫폼기업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공급자는 잉여자원을 판매해 수익을 얻고, 수요자는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플랫폼기업은 중개수수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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