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해군에서 성추행을 당한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 측은 "자랑스러운 해군으로서 11년간 국가에 충성한 대가가 고작 성추행과 은폐였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1야당 국민의힘 측에서는 "정부에 의한 사실상 타살"이라며 비판했다.
13일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하태경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A 중사가 부모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하 의원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A 중사는 부모에게 가해자가 본인을 계속해서 업무에서 배제하고 인사도 안 받아준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가해자는 성추행 사실을 사과하겠다며 식당으로 불러 A 중사에게 술을 따르게 했고, A 중사가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며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하 의원은 "어제 유가족을 만났는데 자랑스러운 해군으로서 11년간 국가에 충성한 대가가 고작 성추행과 은폐였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며 "또 '이 사건을 크게 공론화해서 다시는 딸과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군의 명예를 더럽히고 동료 군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관계자를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겠다고 (유족들에게) 약속했다"면서 "지난 5월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세 달째 되는 날이다. 대통령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군의 혁신을 주문했지만 요란한 말 잔치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군은 똑같이 숨겼고 가해자는 당당했다. 바뀐 것은 하나 없고 저번에 보고된 재발 방지 대책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할 게 뻔하다"며 "군의 고질적인 은폐 문화를 뜯어고치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의한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공군 성추행 사건 당시 철저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지시를 비웃듯 보란 듯이 똑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며 "바뀔 기회를 줬는데도 바뀌기는커녕 똑같은 사고를 낸 무능한 국방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 유승민 전 의원은 "성추행 피해를 알렸지만 오히려 회유와 압박을 당한 끝에 죽음으로 내몰린 지난 5월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은 '군내 성폭력 사건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재점검하여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며 "그런데 똑같은 사건이 해군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조차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냐"며 "언제까지 군내 성폭력, 성추행이 계속돼야 하고, 왜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려야 하냐"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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