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단지’. 1882가구 규모 대단지지만 현지 중개업소에 전세로 나온 매물은 단 한 건뿐이었다. 호가는 지난 5월 실거래가보다 1억원 가까이 뛴 상태였다. 목동 S공인 대표는 “자녀 전학을 위해 전셋집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워낙 귀해 호가가 치솟고 있다”고 했다.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서울 인기 학군 지역의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작년 7월 21일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주택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급감한 상황에서 가을 이사철 수요까지 더해져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신시가지1단지의 전세 매물은 한 건이다. 작년 8월 중순보다 40건 가까이 급감했다. 신시가지2~3단지 역시 같은 기간 전세 물건이 각각 20건 넘게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 매물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양정중에 배정받을 수 있는 신시가지5단지는 같은 기간 매물이 60여 건에서 10건 남짓으로 줄었다. 목동 H공인 대표는 “지난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전셋집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경우 주택 거래가 제한된다.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호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신시가지1단지 전용 65㎡는 8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5월 전세 실거래가(7억1000만원)보다 9000만원 올랐다. 5월 중순 12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신시가지2단지 전용 116㎡ 호가도 13억원까지 뛴 상태다. 신정동 B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만 1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했는데 올해만큼 전셋값이 빠른 속도로 오른 적은 없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양천구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4% 올라 서울 평균 전셋값 상승률(0.16%)을 크게 웃돌았다. 양천구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달 둘째 주 이후 5주 연속 서울 평균치를 웃돌았다.
대형 학원가가 밀집한 중계동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계동의 대표적 ‘초품아’(초등학교와 붙어 있는 아파트)로 꼽히는 ‘청구3차’(780가구) 전세 물건은 전용 84㎡ 단 한 개뿐이다. 호가는 지난달 초 실거래가(8억2000만원)보다 8000만원 높은 9억원이다. 단지와 붙어 있는 ‘건영3차’(948가구)와 ‘중계주공10단지’(330가구)도 각각 3개, 5개만 남아 있다. 중계동 C공인 관계자는 “보통 여름방학보단 겨울방학에 인기 학군지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하반기로 갈수록 전세난이 심해질 거란 우려로 이사를 서두르는 세입자가 많다”며 “이 때문에 예년보다 전셋집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인기 학군 지역의 전세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니 전셋값만 계속 오르고 있다”며 “학년이 바뀌는 겨울방학에는 전세난이 더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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