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 키운 폐손상…'과잉 면역반응' 원인 밝혀

입력 2021-08-13 17:47   수정 2021-08-13 23:41

지난해 4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공개한 한 검사 결과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44세 남성을 부검한 결과, 폐 안에 미세한 핏덩어리가 수천 개나 발견됐다. 시차를 두고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랐다.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중 심각한 폐 손상이 나타났다는 사례가 알려지며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게 됐다.

박수형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최영기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 지놈인사이트가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폐 손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를 밝혀냈다. 코로나19 환자에게 과잉 면역반응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폐 손상을 일으킨 면역 세포가 무엇인지 규명한 최초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족제빗과의 포유류인 페럿을 대상으로 실험해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반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추적했다. 앞서 페럿은 최 교수 연구팀에 의해 사람과 비슷하게 코로나19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 과정에는 ‘단일세포 시퀀싱’ 방식을 활용했다. 단일세포 시퀀싱은 하나의 세포로부터 DNA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파악하고 세포의 특징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방법으로 실험체가 감염이 진행되는 동안 폐 속 면역세포를 정밀하게 분석해 이를 여러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개체의 폐 안에 있는 면역세포는 대부분이 대식세포임을 발견했다.

대식세포는 세포 찌꺼기, 이물질, 미생물, 암세포, 비정상적인 단백질 등 인체에 해로운 요소들을 집어삼켜서 분해하는 자체 면역세포다. 애초에 조직 내에 존재해 인체를 보호하고 있는 대식세포도 있고, 혈액에 돌아다니는 단핵구가 염증 상황에서 조직으로 이동해 대식세포로 변신한 것들도 있다.

연구 결과 폐 손상을 일으키는 대식세포는 단핵구가 변화한 대식세포란 것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실험체의 코로나19 감염 이틀 후부터 혈류에서 활성화된 단핵구가 급격하게 폐 조직으로 들어와 대식세포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혈류로 들어온 대식세포들이 염증을 일으키는 성질을 강하게 나타내 바이러스 제거뿐 아니라 조직 손상도 일으킨 것을 알아냈다.

이에 연구팀은 폐 손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선 혈류로부터 공급되는 대식세포의 과잉 공급을 억제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현재 연구팀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를 개발하는 후행 연구에 돌입했다. 면역억제제를 투약받은 코로나19 환자의 면역반응 변화를 추적해 적절한 균형값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 연구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폐 감염질환에서 급성 염증의 발생을 대식세포 변화를 통해 규명한 것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7월 28일자에 게재됐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는 국제 저명 과학 저널인 네이처에서 발행하며 과학 전반의 주제를 다루는 학술지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직후 시간에 따른 변화를 정밀하게 규명한 것이 이 연구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감염 후 폐 손상이 특정 염증성 대식세포에 의한 것임을 규명해 면역억제 치료 전략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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