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해 온 의원들이 속속 각 후보 캠프로 합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영입에 속도를 내며 세 불리기 경쟁을 주도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중립지대를 지키고 있는 의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도종환 김경협 등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들이 대표적인데요.
예전부터 친문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 ‘구(舊)친문’ 혹은 ‘찐친문’으로 분류되는 이들 의원들은 아직까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검찰개혁 이슈를 지렛대로 ‘신(新)친문’으로 부상한 박주민 이재정 김남국 의원 등이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하고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입니다.
원래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등 이른바 ‘친문 3인방’ 의원들은 지난달 말께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의원들이 그동안 이 지사에 대한 ‘비토(거부)’ 심리를 강하게 드러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우선 신동근 의원의 경우는 지난달 26일부터 이 지사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본소득제, 그 허구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연재해왔습니다. 신 의원은 연재를 마친 13일에는 “기본소득제가 양극화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기본소득제는 진보에 대한 배신”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달 25일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들며 “민주당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달 3일엔 이재명 지사가 소득 하위 88%까지만 지급하기로 한 정부 재난지원금을 모든 도민에 지급하는 방안을 시사하자 “정부와 국회의 합의까지 흔들게 되면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홍영표 의원은 김종민·신동근 의원과 달리 이 지사에 대한 공개 비판을 삼갔습니다. 홍 의원은 지난 5월 치러진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대표에게 0.59%포인트 차이로 아쉽게 석패해 2위에 머물렀는데요. 하마터면 당대표가 될 뻔했던 인사가 금방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건 중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들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봅니다. 이 지사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강한 만큼 결국엔 이 지사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인 이낙연 전 대표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초 만해도 상승세를 타고 10%대를 돌파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중반 이후 답보 상태에 놓인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역시 친문 후보를 자처하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이 이들 친문 3인방의 이낙연 캠프행을 만류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문 인사들을 향해 ‘경선 중립’을 요구한 상황에서 이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친문 3인방은 당장 이낙연·정세균 등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하기 보단 우선 이 지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모으는 데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합니다. 오는 광복절 연휴를 전후로 기본소득 등 이 지사의 공약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란 소식도 들려옵니다.
친문 3인방의 거취는 윤건영 고민정 의원 등 나머지 중립지대 친문 인사들의 향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친문계 인사들의 분화는 앞으로 남은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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