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 오른쪽)가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신임 사장 자리에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사진 왼쪽)씨를 내정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관광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황씨를 최종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보은성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번 보은성 인사 논란은 최근 황씨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과거 이 지사의 '형수욕설' 논란에 대해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서 촉발됐다. 이 지사가 황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2차례 출연한 점도 거론됐다.
이 가운데 경기도가 사장 선발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공사 측은 사장 지원 자격의 경우 3년 전인 2018년 변경된 것이고, 이번 채용부터 처음 적용됐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정치권의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경기관광공사 홈페이지에 지난달 19일 게재된 '2021년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개모집 공고'에는 △관광 마케팅·개발 또는 공기업 분야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갖춘 분 △추진력, 소통, 공익성을 조화시킬 능력을 갖춘 분 △대외적 교섭능력이 탁월하신 분 △변화·개혁지향의 사업능력을 갖춘 분 등 5가지 요건을 지원자격으로 명시해 놨다. 이중 하나만 충족하면 응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는 직전 사장 채용 공고의 지원자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17~2018년에 진행한 총 3번의 채용 때만 해도 사장 채용에는 관광 혹은 관련 분야에 경험이 있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었다.
공사 측은 △공무원 또는 민간 근무경력 15년 이상으로서 관련 분야 경력 8년 이상인 자 △박사학위소지자는 공무원 또는 민간 근무경력 12년 이상으로서 관련분야 경력 5년 이상인 자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로서 정부산하기관?민간기업의 상임임원급 이상 또는 선임연구위원?부교수 이상의 경력이 3년 이상인 자 △공무원 2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경력이 있는 자로서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 △공무원 4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위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로서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 등을 응시자격으로 내세웠다. 이중 최소 하나의 요건을 갖춘 사람에 한해 응시 자격을 부여했다.
더 이전인 2014년에도 관광 관련 경력·공무직 수행·임원 경험 등 최소한의 경력을 갖춰야 응시가 가능하도록 했다. 같은 해 12월 1일, 19일(재공고)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면 공사 측은 △문화·관광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부교수 이상인 자 △문화·관광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자 △공무원 3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상장기업체 등에서 상임 임원급 이상의 직급으로 2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기관에서 상임 임원급 이상의 직급으로 2년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등 하나를 갖춰야 응시가 가능하다고 명시해 놨다.
이와 관련 경기관광공사 측은 2018년 채용 지침을 바꾼 이후 처음 지원 자격을 적용한 것일 뿐 이번 황씨 내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황씨를 임명하기 위해 지원자격을 바꾼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황씨 내정과 관련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정말 전문성과 능력만 본 인사냐"고 짚었다. 이어 "경기도의 보은인사, 부적격 인사, 도정 사유화는 대한민국과 집권 여당, 민주당의 신뢰만 떨어뜨리는 처사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재명 지사는 황교익 내정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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