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이어 노원구도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심사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노후도가 심각한데도 안전진단 최종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단지들이 잇따르면서 주민들 뿐 아니라 지자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원구는 태릉우성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검토를 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하고 세부항목을 검토중이다. 태릉우성은 지난 6월 공공기관 적정성검토에서 60점 이상 점수가 나와 ‘재건축 불가’ 처분인 C등급(유지보수)을 받았다.
앞서 민간기관에서 진행한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비해 10점 이상 차이가 나는 등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태릉우성 소유주들의 주장이다. 민간기관 평가에선 48.98점(D등급)을 받았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100점 만점에 따라 A~E등급으로 나뉜다. 민간업체에서 수행한 안전진단 결과가 D등급(31~55점)이 나오면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 적정성 검토를 통과해야 한다. E등급(31점 미만)은 재건축 확정, A~C등급(55점 이상)은 재건축 불가를 의미한다.
1985년 지어진 태릉우성은 올해 37년차를 맞는 432가구 규모 아파트로 노원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14개 주공아파트(2만9325가구)보다도 앞서 들어섰다. 태릉우성 재건축준비위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및 민간업체 조사와 지나치게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검토를 거쳐 이의제기 항목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동구 역시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에 지난 6월 이의를 제기했다.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는 정밀안전진단에서는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적정성검토에선 ‘유지보수(C등급)’ 통보를 받았다. 이 단지 역시 1차 안전진단(51.29점)과 2차 안전진단(62.70점)의 점수차가 10점 이상 벌어졌다. 올 들어서만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 양천구 목동 ‘목동11단지’가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최종 탈락했다.
정비업계에선 정부가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안전진단 문턱을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은 모두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시설노후도, 비용분석으로 나뉘는데,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기존 20%에서 50%로 확 높여놨다.
서울시는 지난 4월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춰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장기적으로 서울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 불가피하단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집값상승에 대한 우려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안전진단 기준은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활용되는 게 아니라 객관화되야 한다”며 “주거 환경이나 생활수준의 변화에 발맞춰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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