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노총, '양경수 사수대' 조직했다

입력 2021-08-15 15:36   수정 2021-08-1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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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노정 관계와 대선 정국을 고려하면 집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월 총파업을 성공시키려는 민주노총과 대선 정국을 맞아 원만한 노사관계를 바라는 정부 사이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3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감염병예방법 위반·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11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에 의견서만 제출한 채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서면으로 진행된 심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남은 것은 영장 집행이지만 호락호락한 문제는 아니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은 사법적 문제를 넘어선 정치적 문제"라며 "검경도 청와대 등 최고위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부담이다.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영장을 집행하면 민주노총이 노동 탄압과 총파업 탄압을 주장하며 '대선 투표 심판론'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13일 양 위원장 구속을 철회하라는 공개 성명을 내놨다.

정부·여당이 경선 흥행에 힘을 쏟는 과정에서 노동계와 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위원장 사수대 구성을 골자로 한 대응 지침을 간부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한 경우 산하조직 간부들이 양 위원장 구속 시도에 맞서 민주노총 사무실에 집결해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구속을 지체해도 문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의 구속 의지가 안보이면 양 위원장이 10월 총파업 사전 행사인 주요 지역 순회 간담회 등 공개 석상에 모습들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정부가 '신병을 확보하고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여론 압박이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양 위원장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투쟁동력 얻을 것이라는 전망과 리더십 손실에 대한 우려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10월 총파업에서 투쟁을 이끌어야 할 수뇌부가 구속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양 위원장이 총파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이끌어 줘야 할 금속노조나 보건의료 노조 등 주요 산별노조들은 경영계와 임금·단체협상이 정리돼가는 상황인데다 조직 선거도 앞둔 상태라 총파업에 적극 참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경수 위원장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던진 한 수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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