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무게를 뒀다. 임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홍수 같은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이 주를 이뤘다.
ESG 경영의 ‘S(사회)’는 목표 자체가 다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을 지속가능보고서에 담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신한금융이 진행 중인 ‘제주 프로젝트’는 ESG 시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해법을 제시한 건 신한금융과 신한금융희망재단의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1기’ 지원 기업으로 선정된 현지 스타트업 ‘해녀의부엌’이다. 이 스타트업이 내세운 목표는 ‘해녀들의 경제적 자립’이다. 제주 해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각종 체험 활동과 해산물 레시피를 개발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의 지원을 받은 뒤엔 해산물을 통조림으로 상품화하는 제조 공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또 제주 해산물에 브랜드를 붙이는 작업도 시작했다. 김하원 해녀의부엌 대표는 “제주에서 생산된 해산물을 제주에서 가공하고, 제주에서 판매해 고부가가치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신한금융희망재단과 소셜 임팩트 기업인 MY소셜컴퍼니는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1기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앞두고 ‘제주만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제주의 환경과 자원, 농업의 가치를 높일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자’고 뜻을 모았다.
경연 과정을 거쳐 해녀의부엌 총 7개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신한금융은 프로젝트별로 초기 지원금 5000만원씩을 지원했다.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 코칭 활동도 벌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성과를 낸 스타트업에 인센티브로 총 8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세대와 함께 만든 ‘신한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SVMF)’를 활용해 프로젝트 결과물을 측정하고 공유하는 회의도 열기로 했다.
신한금융이 이런 지역 이슈 해결과 스타트업 지원을 연계한 이유는 금융회사의 존재 의의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안준식 신한금융 그룹브랜드홍보부문장(부사장)은 “금융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돈을 버는 활동 말고는 남는 게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주상회와 아트임팩트는 폐플라스틱에서 원사를 뽑아 의류를 만들기로 했다. 과거 사라졌던 ‘한림수직’이라는 로컬 의류 브랜드를 되살리는 게 목표다.
‘유니크굿컴퍼니’는 제주 내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소규모 관광지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벌일 예정이다. 제주 주요 관광지가 대형화돼 정작 지역주민이 소외되는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패밀리’와 ‘어니스트 밀크’는 제주 내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와 카카오를 활용한 디저트 상품을 만들고, 디저트 특화 관광마을도 조성하기로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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